폭염 속 작은 배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더위 식히라고 지자체가 마련한 무료 생수를 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란 몰염치한 현장, 현장카메라 홍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짜 생수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 덕 보라고 한 사람당 한 병입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붙더니 계속 담습니다.
[현장음]
(홍란 기자)
"좀 많이 담는 느낌인데, 한 번 따라가볼까요?"
(제작진)
"그러죠"
얼마나 챙겼는지는 끝내 비밀인가 봅니다.
[현장음]
<몇 병 챙기신 거예요?>
"몇 개 챙겼어요"
"얼음물이야 얼음물"
<몇 병 정도 챙기셨어요?>
"왜 물어봐요?
두어 병쯤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선을 넘는 겁니다.
[현장음]
(제작진)
"야 저건 가야되겠다. 여섯 병. 이야 저건 진짜"
물어보니 야유회랍니다.
[현장음]
<선생님, 이거 많이 꺼내와도 돼요?>
"아니 여기 인원이 많아서 지금 여기 야유회 가는데 목 마를까봐"
<이거 더운 분들 지나다니다가 한 병씩 먹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아니 오늘은 여기 이 물을 못 들고 와서 차에서 이렇게 마시려고…"
<단체에서 준비해 오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단체도 해왔는데 모자라서요"
이틀간 지켜봤습니다.
뒷사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가져가고 봅니다.
냉장고 앞에 모여앉은 어르신들 증언이 쏟아집니다.
[현장음]
"10개씩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 두 병까지는 양반이에요."
그런데 듣다 보니 이런 게 보입니다.
[현장음]
<아니 아버님들 이거 어디서 가져오신 거예요?>
"저기서 갖고 온 건데. 비워야 채워놓을 거 아냐"
"왜냐면 물이 아침에 오잖아요. 그때 오면 새벽에 가져가는 사람들이 이걸 박스째 가지고가. 그래서 물이 없어"
<아 그래서 빼앗길까봐 빼두셨구나>
다음 날 다시 와보니 여기도 낭비의 흔적이 곳곳에 나뒹굽니다.
[홍란 기자]
"이거 진짜 많이 남았네. 다 드신 게 거의 없어요"
물 갖다 채우는 사람이 애를 먹습니다.
[무료생수 공급업체 직원]
"봉투째 가져가려는 거 9개 정도 든 걸 제가 빼앗았어요. '주민들은 물 없다고 난리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되냐'그랬더니 민원 넣었다고…"
막 가져가면, 못 가져가는 사람 생기기 마련입니다.
살짝만 물어도 성토가 쏟아집니다.
[인근 주민]
"어제도 못 뺐어. 벌써 이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해. 아직 낮인데 지금 제일 더울 때인데"
[인근 주민]
"박스를 갖다 놓고 막 몇 개씩 해갖고 끌고 가는 거야. 나는 진짜 이런 거는 세금이 아깝다고 나부터도 고발하고 싶어."
[무료생수 공급업체 직원]
"물 넣었는데도 1시간 후에 연락이 와요. 왜 (생수) 안 넣었냐고"
한 번 누르면 7초 기다리게 해놨습니다.
일종의 방지책이지만 소용없습니다.
[현장음]
<저기 한 병만 써 있어가지고>
"아 양심이고. 그냥 몰래 가져가 괜찮아. 물인데 뭘. 이렇게 누르면 돼. 파란 거 저기 불 다 들어오면 누르면 똑 떨어져"
공짜 생수 또 채우러 가는 길입니다.
차 세우기 무섭게 몰려듭니다.
[현장음]
"기준! 기준! 줄 서세요"
"천천히 하세요. 아 진짜 칼에 손 날아가면 제 책임이니까. 손 대지 마시라고요"
'1병씩' 규칙은 또 무너집니다.
5분 만에 100병이 동났습니다.
[현장음]
<몇 병씩 가져가도 돼요?>
"몰라요. 목말라서 그런 거지."
<다른 분들 못 드신데요>
"어쩌라고. 빼라고요?"
모두를 위한 공짜 생수에는 예산이 듭니다.
공짜 앞에 염치가 사라지고 이기심이 규칙을 무너뜨리면 이 냉장고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남시 관계자]
"작년보다 (무료 생수 예산이) 줄었어요"
<왜 줄었을까요? (여러 병 가져가는) 이런 문제 때문일까요?>
"그렇죠. 여러모로 예산 문제도 있고 해서…"
현장카메라 홍란입니다.
PD: 박희웅 엄태원
홍란 기자 [hr@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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