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국민 공천제’와 ‘공한증’ 달래기 [런치정치]

2026-08-02 13:33   정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민 공천제'를 꺼내들었습니다. 공천권을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이 행사해야 한다는 건데요. 강성 당원들에만 목매는 여야 정치 상황을 싸잡아 비판하며 정치 개혁 화두를 던진 겁니다.

한 의원의 발언은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화두가 된 '국민 중심 정당'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민심과 상관없이 당권을 잡기만 하면 자의적 공천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멀쩡하던 정치인도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세력에 굴복하는 '좀비 정치'가 양당 모두를 망치고 있다"(지난 1일, 페이스북)고 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한 여당, 그리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하는 동시에, 강성층이 아닌 일반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한다는 자신의 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식사 정치 의미 없고 '컷오프 안 시킨다' 신뢰 줘야"

주목할 점은 시점입니다. 한 의원은 왜 지금 국민 공천제를 띄우는 걸까요. 대외적으로는 정치 개혁 메시지를 낸 것이지만, 속내는 국민의힘 내 '공한증(한동훈 공포증)' 달래기 아니냐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옵니다. "한동훈이 당에 들어오면 공천 못 받는다"는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겁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의원 주변에서 공한증 얘기를 많이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위적인 컷오프는 없다', '경선 시키겠다', 즉 '현역 의원 다 안고 가겠다'는 일종의 러브콜이라는 겁니다.

6·3 재보궐선거에서 극적으로 생환하며 차기 보수 주자로 급부상한 한 의원. 복당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강하게 선을 긋고 있고 한 의원도 복당을 서두르진 않는 기류입니다.

복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의원들 여론입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가결 과정에서 충돌한 옛 친윤계, 주류 의원들과 관계 개선이 우선 순위라고 한 의원 측은 보고 있습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식사하며 스킨십을 늘리는 식으로 가까워진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결국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이해관계는 다음 총선 공천입니다. 한 의원이 당권을 잡아도 의원들의 생사여탈권(공천)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 의원이 실제 복당까지는 여유롭게 보고 있다하더라도, 복당을 위한 시그널을 던지기 시작한 것 아니겠냐고 의원들은 보고있습니다.

"완전 경선제는 반장동혁-영남권 묶는 고리"

 지난 달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쇄신파 모임 '대안과 미래' 조찬모임에서 참석 의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 공천제는 당내 반(反)장동혁 의원, 그리고 영남권 의원까지 묶는 고리가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친한계,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인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는 최근 당 대표 폐지와 국민 공천제를 중심으로 한 개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영남권 현역 의원들에게 공천은 곧 당선"이라며 "완전 경선을 시켜준다고 하면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 의원, 그리고 대안과 미래 측과 영남권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포인트라는 겁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국민 공천제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말도 나옵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공천하고 선거 결과에 책임지는 게 현재 대한민국 정당 체제"라고 했습니다. 국민 공천을 한다면 당 대표가 선거에 책임을 안 진다는 건데, 이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 '친박(친박근혜) 공천' 기류에 맞서 100%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하겠다고 했다가, 경선에서 국민 참여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한 발 물러난 바 있습니다. 당헌·당규상 50:50인 당원 대 국민 참여비율을 30:70으로 바꿨습니다.

당의 한 인사는 "결국 국민공천제를 실현하진 못할 것"이라며 "대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민심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자고 선회해 목소리를 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지도부는 관망세…조만간 '당원 중심' 개혁안 발표

장동혁 지도부는 한 의원 복당이나 국민 공천제 모두 확실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한 의원의 국민 공천제 발언에는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며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장 대표는 지난 28일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천은 가장 중요한 당내 의사 결정"이라며 "당원들 의사를 무시하고, 또는 당원이 선출하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공천하겠다는 발상은 정당 정치의 기본 원칙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했습니다.

당권파인 박민영 당 미디어대변인은 한 의원이 22대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공천권을 행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채점표도 없는 비례대표 공천에 근본없는 사천으로 계파, 패거리정치하는 장본인이 국민공천을 운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장 대표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조만간 '당원 중심 정당'을 키워드로 하는 당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