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와이드/박제균의 왜?]박근혜는 왜 ‘올드보이’를 신뢰하나

2013-10-11 00:00   정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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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화성갑 새누리당 후보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을 받았죠. 공천 전후 청와대의 개입설이 불거졌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 들리는 건 사실입니다.

-서 전 대표뿐이 아니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박 대통령 주변에는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을 위해 조언했던 원로그룹 '7인회' 멤버 가운데는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현경대 전 의원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중용됐습니다. 친박 원로 홍사덕 전 의원도 민화협 의장에 임명됐습니다.

-연령적으로 현재 청와대 구성원들이 역대 청와대에 비해 가장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올드보이'들을 신뢰할까요? 그 이유를 박 대통령의 '트라우마'에 찾아야 한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트라우마는 엄청난 사건을 겪은 뒤 찾아오는 외상성증후군을 말하죠.

-지난 대선 때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대통령은 어머지 육영수 여사의 서거 소식을 들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수만볼트 전기가 확 훑고 지나간 것 같은...가슴이 뻥 뚫린 것 같고, 구멍이 숭숭 나고, 심장이 없어진 것 같은..."
그는 불과 스물 둘의 나이에, 총격으로 어머니를, 5년만에 다시 총격으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충성맹세를 했던 숱한 인사들의 배신을 접하게 됩니다. 동아일보가 올초에 선보인 토요판 첫회 커버스토리 '박근혜의 그 열여덟해'는 그가 청와대에서 쫓겨난 뒤 다시 정치에 복귀하기까지의 18년을 추적했습니다. 취재 결과 박 대통령은 이때 부모의 피격 못지않은 '배신의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정치에 복귀한 이후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의 첫번째 기준은 '저 사람은 과연 믿을 수 있느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자신의 의중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곧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박근혜 특유의 '레이저'를 맞거나, 측근 그룹에서 탈락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주변을 오래 지켜왔거나, 아버지 집권시대부터 충성심이 검증된 '올드보이'들이 신임을 받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현역에서 배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도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박 대통령도 이제
너무 '믿을맨', 즉 믿는 사람 위주로 인재풀을 좁게 운용하기 보다는 더 넓어졌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 아닐까요. 박 대통령은 이미 한국사회를 두루 껴안아야 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