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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산불이 된 촛불…그래도 명산마다 불씨 켜는 신당
2023-12-19 19:47 사회

[앵커]
등산 가면 굿당이나 신당, 자주 보게되죠.

산에서 불을 피우는 건 불법이지만 소원을 빌려고 촛불을 켜놓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자칫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간다, 이솔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 1500제곱미터가 불에 탔던 경기 양평의 야산.

신당에서 켜둔 촛불이 원인이었습니다.

[경기 양평소방서 관계자]
"(무속인이) 촛불을 켜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인근 가연물에 착화되고 건물 내부와 주변 산으로 연소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어요.)"

4년 전 불이 났던 야산을 다시 가봤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화마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향로며 돗자리, 술병도 나뒹굽니다.

[현장음]
"굿당에서 사용한 물품들인 것 같아요. 호랑이 (불상)도 있고 안에 뭐가 많이 묻혀 있네요."

불이 난 뒤 무속인은 떠났지만, 주민들은 그날의 공포가 생생합니다.

[인근 주민]
"놀라가지고 집이 여기니까. 죽으라고 뛰어 왔지. 산불 나면 무서워"

무속인 사이에 명산으로 여겨지는 곳마다 세워져 있는 신당.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경기 연천의 감악산 중턱.

바위마다 세워진 촛불함엔 이름이 새겨진 초들이 타고 있고, 무언가를 태우기 위한 소각로도 있습니다.

신당 관계자도 산불은 걱정입니다.

[신당 관계자]
"제일 무서운 게 물하고 산불이야. 옛날에는 그래도 불이 안 났는데 요즘은 불이 나요."

근처 또 다른 신당.

사람은 보이지 않고 촛불만 켜져 있습니다.

벽돌로 쌓은 담 위에 얇은 비닐 천이 덮여있고, 이 안엔 기도용 촛불들이 타고 있는데요.

초가 잘 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는 관리자는 없습니다.

소화기 등 화재진압도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축구장 30개 면적이 타버린 인천 강화도의 마니산. 

당시 불은 굿당에서 시작됐지만 화재로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인근 주민]
"굿은 이제 못 할 줄 알았어. 불을 그 집에서 냈으니. 강화에서 제일 큰 불이었거든. 근데 며칠이 됐는데도 계속 손님 받고 굿하더라고."

[화재 피해 주민]
"불은 시뻘겋게 올라오는데 우리 집 꺼 다 타니까 막 동동 구르다 저 양반이 쓰러져 아프거든요."

하지만 지자체들은 산속에 신당이 몇 곳이 있는지, 화재 관리는 되는지 실태조차 파악 못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우리가 자료가 없다고요. 그게 어떻게 (불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단속 시간이나 뭐를 교묘하게 피했겠죠."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모두 불법입니다.
 
이를 어겨 산림을 태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화재 원인 입증이 쉽지 않아 처벌을 피해 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석동은
작가 : 김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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