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그런 호기심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코페르니쿠스가 무슨 공부를 했고, 집안 배경은 어떠했으며 심지어 성격은 어땠는지를 꼼꼼한 취재로 밝히는 게 그 하나다. 또 다른 한 부분은 작가가 문헌에 근거하되 상상력을 가미해 쓴 희곡이다. 말년의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을 찾아온 젊은 수학자 레티쿠스를 만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이 묘사된다.
흔히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해 교회의 박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조롱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동설의 발표를 오랫동안 미뤘다. 레티쿠스에 의해 출판된 자신의 책을 받아든 것은 죽음 직전의 병상에서였기 때문에 책에 쏟아진 어떠한 비판이나 갈채도 듣지 못했다. 교회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것은 그가 죽은 지 70여 년이 흐른 1616년의 일이었다.
이름 코페르니쿠스의 어원을 따지고, 그가 의대생으로 거머리를 이용해 어떤 치료법을 배웠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술한 책의 전반부는 일반 독자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듯하다. 반면 후반부의 희곡은 코페르니쿠스와 레티쿠스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이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 과학 기자 출신 데이바 소벨의 ‘과학혁명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국내에 앞서 소개됐지만 절판된 ‘경도 이야기’와 ‘갈릴레오의 딸’도 새로 번역 출간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Daum 에서 채널A를 구독해 주세요 | Naver 에서 채널A를 구독해 주세요 Copyright Ⓒ 채널A.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