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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아들딸이었는데”…태국 부부, 기름값 아끼려다 참변
2023-02-24 19:28 사회

[앵커]
코리안 드림을 꿈꿨을 태국인 부부가, 화로를 피우고 잠들었다가 쓸쓸하게 숨졌습니다.

1년에 30만원짜리 집에 살면서 기름값 아끼려 그랬던 거죠.

동네 궂은일은 다 도맡아 하며 어렵게 번 돈은, 족족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 보내왔다고 합니다.

공국진 기자입니다. 

[기자]
두꺼운 옷차림으로 시골길을 걷는 부부.

이웃 주민을 보자 깍듯이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이웃 집 비닐하우스로 불려간 부부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신 후 다시 일터로 향합니다.

10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해 전북 고창에 정착한 50대 태국인 부부입니다.

하루 10만 원 안팎의 일당을 받고 농사일을 도우며 한국말을 배워가는 동안 경운기, 트랙터까지 손에 익혔습니다.

[이웃 주민]
"기계 장비 같은 거 다루고, 열심히 해. 남의 일 가도 그냥 내 몸 안 아끼고, 궂은일 같은 거 일만 하자면 웃으면서 따라가서 일해 주고."

비록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그렇게 이방인 부부는 이웃이 됐고, 꼭 필요한 동네 일꾼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5시쯤,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스탠드업 / 공국진 기자]
"평소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던 부부는 추위를 피하려 이곳 주택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페인트통을 화로로 사용해서 거기다 장작을 피우고 체온을 온기를 유지하려 했던 것 같아요. 1년에 30만 원 주고 세 들어 (살았어요.)"

기름보일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연통은 그을음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기름값을 아끼려 보일러를 틀지 않았던 겁니다.

[백신기 / 이웃 주민]
"추우니까 보일러를 틀어서 자기가 씻는 건 거기서 씻고, 잠은 하우스에서 자고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번 돈은 태국에 남겨둔 가족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로 보냈습니다.

[백신기 / 이웃주민]
"1~2년만 있으면 (태국으로 돌아가) 돈 번 걸 갖고 집도 짓고, 너무나 안타까워. 형제가 죽은 것 같고 자식이 죽은 것 같은 그런 심정이지."

경찰은 태국 영사관 측에 통보하고 시신인계 절차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공국진입니다.

영상취재 : 정승환
영상편집 : 최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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