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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넷 중 한 명 ‘우수 의원’…그들만의 잔치
2017-11-20 10:45 뉴스A 라이브

[질문]올해 국정감사가 이달 초에 마무리 됐죠.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찾는 곳이 있다고요?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가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서 국감 실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데요.

이 자료 제출 마감일이 지난주 화요일이었습니다. 이날 취재진은 연맹 사무실 앞에서 6시간 정도 상황을 지켜봤는데, 보좌진들 수십 명이 사무실에 다녀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국감 자료만 들고 온 게 아니라 비타민 음료부터 귤 박스까지 각종 선물도 챙겨 왔습니다.

[질문]사실 국정감사 때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의원실이잖아요. 보좌진들이 이렇게 낮은 자세가 되는 것도 참 드문 일인데, 시민 단체에 잘 보이려는 이유가 뭔가요?

법률소비자연맹 측이 국감 우수의원이라고 해서 국감 실적을 평가해,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개 선물을 들고 오는 이들은 4급 보좌관들이었는데요. 보좌진 중엔 가장 높은 직급입니다. 현직 보좌진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회의원 보좌진 A씨]
“다른 의원들은 다 받는데 저희만 받지 못하면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직접 찾아가서 얼굴도장 찍고 잘 보이려고 (한다).”

결국 의원들의 경쟁심리와 홍보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혹시 상을 받는데 유리할까봐 직접 사무실을 찾는다는 얘깁니다.

[질문]‘국감 우수의원’이라고 하면 일을 열심히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의원들이 이 상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나요?

새해나 연말이 되면 의원들은 한해를 결산하면서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돌리는데요. 여기에 수상 경력이 실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데요. 국감 우수상을 7년 연속으로 받았다고 적어놨고요. 이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까지 각종 단체에서 받은 상을 합산해 15관왕이라고 적어놨습니다. 또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SNS에 시상식 사진을 올려서 이번 국정감사 때 열심히 했다 이런 점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겁니다.

[질문]그런데 이 상을 크게 자랑할 거리가 안 되는 게, 국회의원 넷 중 한명은 받는 상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작년에 여든 명, 재작년에 여든 한 명이 받은 상입니다.

우선 남발이 문제가 되고 있고요. 또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국회의원 보좌진 B씨]
“(이 단체가) 두 분 부부가 운영하는 거로 아는데, 평가하는 기준이 공정한지 모르겠고, 의심을 품는 보좌진들이 많아요.”

연맹 측이 외부에 평가기준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의적인 판단으로 우수의원을 뽑는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찾아보니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국감 우수상을 많이 주던데, 의원들이 이 단체가 주는 상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요?

국정감사 기간 동안 법률소비자연맹은 270개 NGO와 연합해 ‘NGO 모니터링단’이라는 걸 꾸려서 의원들을 평가하는데요. 올해로 19년째입니다. 국감 때 국회 상임위장을 가보면 따로 좌석도 배정돼 있습니다.

오래된 만큼 인지도가 가장 높지만, 수상자가 매년 평균 80명씩 나온다는 것도 이 상이 의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입니다.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경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질문]어쨌든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곳은 비공식 단체이고, 국민들이 뽑아놓은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법률소비자연맹이 총재가 남편, 실장이 아내 분으로 운영되는 곳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혹이 예전부터 나왔습니다.

아직 일부지만, 자료 제출을 보이콧한 의원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우선 채점표와 평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고요.

이번에 근본적으로 바꿔서, 국회 차원에서 시민단체와 공식 협약을 맺고 우수 의원 평가를 맡겨보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실에서 특정 단체에 잘 보이려고 얼굴도장을 찍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돼가 형성돼 있습니다.

w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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