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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한국 소비자만 ‘봉’ 막을 길 있다
2018-01-18 11:25 사회

우리나라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른바, '봉'이라는 비판,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애플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에서의 대응 속도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갑질 행태를 취재한 산업부 박수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1] 박 기자, 애플이 '배터리게이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홀대했다고 하죠?

네,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린 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교체작업에 착수했고 교체할 배터리 재고도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먹구구식 운영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 봤는데요. 영상 한 번 보시죠.

직원에게 배터리 교체를 요청하자 이런저런 핑계를 댑니다.

"플러스 계열이 없으세요. 6S플러스, 7플러스가 없고요. SE도 하나 밖에 없고 7은 두 개밖에 없고..”

몇시간 씩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이폰 이용자]
"(공지) 안 했어요. 처음 알았어요 여기 와서. 기다리는 것도 미리 써 붙여놨으면 안 기다렸을텐데..”

국내 첫 애플스토어가 이번달 말 문을 연다고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 모두 애플스토어가 진작부터 있었지만, 10년 이상 늦은 이제서야 문을 연다는 사실도 한국시장을 보는 애플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질문2] 다국적 기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갑질을 한 사례도 있다면서요.

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글로벌여행사인 익스피디아가 호텔 숙박권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행했다 갑작스럽게 일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사 측은 한국 소비자들이 쿠폰을 나눠쓴 경우가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확인해보니 모든 쿠폰이 일괄 취소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익스피디아 예약 취소 피해자]
"호텔 예약도 끝났고 비행기 예약도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가 되니까 호텔을 바꾸는 것도 막막하고"

국내 수입차 판매 1,2위를 다투고 있는 벤츠의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1년 넘게 벤츠 측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변호사를 만나봤는데요.

브레이크 결함 탓에 몇차례나 수리를 받은 상태였는데 교환을 요청했지만 벤츠 측은 판매회사와 상의하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박 모 변호사 / 벤츠 차량 소유자]
“별다른 피드백이 온 게 없어요. 전혀. 변호사인 나조차도 이렇게 답답한데, 일반 소비자들은 얼마나..“

[질문3] 대체 왜 이렇게 해외 기업들이 우리 소비자들한테만 배짱을 부리는지, 우리나라를 우습게 여길 정도로 법이 허술한 것 아닌가요?

네, 전문가들은 한국이야말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홀대해도 지장없이 영업할 수 있는 나라라고 꼬집고 있는데요.

특히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비전문가인 고객이 직접 결함을 입증하도록 한 현행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미국에서는 모든 문제가 생겼을 때 제조사가 제품에 문제가 없다는 걸 밝혀야 하는 구조인데 국내에서는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니까 법적 체계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요"

[질문4] 미국에서는 제조사가 입증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증명해야 되니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경우는 어떤가요?

취재 결과 교환이나 환불 등의 규정에서 적잖은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에서는 새 차를 산 뒤 1년 반 안에 중대 결함으로 수리를 두 번 이상 받으면 교환해주도록 규정돼 있는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부위에서 4번 이상 중대결함이 발견될 때만 신차교환이 허용됩니다.

당장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만 봐도 미국에서는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집단소송이 벌어졌고,

프랑스에서는 형사 소송까지 제기될 정도로 기업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규제 수단이 다양한데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관련법이 하루 빨리 손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네, 지금까지 산업부 박수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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