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멱살잡이' 대면사과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출처 : 뉴시스)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관 238·239호에서 벌어진 소동을 모르는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권영진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를 향해 멱살을 잡은 사건입니다. 권 의원이 사과했지만, 당 기강이 무너졌다고 본 지도부는 '탈당 권고'를, 윤리위원회에선 '징계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멱살잡이'의 원인, 바로 상임위 배정이었습니다. 권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달려가 자신이 희망한 정보위원회 간사가 아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 배정되는 등 상임위 배정에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건데요. 같은 날 재정경제위원회에 배치된 강민국 의원도 상임위 배정에 항의하며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욕설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됐습니다. 욕설과 고성, 멱살까지 등장한 '상임위 쟁탈전'의 단면을 하루 만에 모두 본 셈입니다.
국회 상임위원장 투표 현장 (출처 : 뉴시스) '알짜 상임위'엔 당권파?
당내 의원들은 이런 욕설과 고성, 멱살 행태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일부 의원은 “권 의원은 전반기에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였는데, 자신이 제일 좋은 것을 한 기억은 왜 하지 않느냐”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그만큼 상임위 배정은 의원들에게 예민하고도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번 국민의힘 하반기 상임위 배정을 두고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일명 '알짜 상임위'에 당권파가 집중돼 있거나 상임위 배정의 관례를 깼다는 이유입니다.
소동의 발단이 된 정보위원회는 비공개 회의의 특성상 간사의 언론 노출이 잦아 일부 의원들의 선호 상임위입니다. 이번에 초선인 유영하 의원이 전반기에 이어 유임됐습니다. 당내에서 유 의원은 장동혁 대표의 단식을 종결시키고, 이번 대구 지방선거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등판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이라는 평가입니다.
주로 재선이 간사를 맡는 관례를 깨고 초선이 간사를 맡은 상임위도 눈에 띕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당 대표 특보단장인 김대식(초선)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는 권 의원의 항의로 조직부총장인 강명구(초선) 의원이 맡게 됐습니다.
도로와 철도 건설, 산업단지 유치 등 예산 확보에 용이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지역구 관리와 재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산자위에는 구자근(유임), 박성민(유임), 윤한홍(직전 정무위원장), 김도읍(국토위) 의원 등이 이름 올렸고, 국토위는 김은혜(유임), 김정재(유임), 김종양(유임), 엄태영(유임) 의원을 포함해 신성범(직전 정보위원장), 정동만(산자위) 의원이 배치됐습니다. ‘전반기 인기 상임위에 있었던 사람은 후반기엔 안 보내겠다는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계파색이 옅은 A 의원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서로 가고 싶어하는 곳에 ‘찐윤’과 지도부 측근 인사들을 다 깔아주고 나니까 자리가 없는 것 아니겠냐"라고요.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상임위 명단을 보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당내 쇄신에 목소리를 높였던 B 의원 역시 "당을 비판해왔던 사람들은 홀대하고, 내 편만 잘해준 상임위 배치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권 의원의 ‘멱살 난동’에 뭐라고 더 이상 할 말도 없게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전문성 있다면 초선도 간사" "계파 때문 아냐" 주장도
지도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외통위는 중진이 많다 보니 초선 의원이 간사를 맡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어떤 상임위든 전문성만 있다면 초선도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습니다.
원내지도부 C 의원은 계파를 고려한 상임위 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애초에 중진들이 상임위를 양보하고 조율했으면 좋았을텐데, 모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초선 D 의원도 "중진들은 그동안 쌓인 인맥들이 많은데, 어느 상임위에 간들 어떠냐"며 "초선 때 지역구를 잘 챙겼던 중진들이야말로 이제는 외교·국방 등 나라의 큰일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지역구 이해관계를 위해서, 혹은 파급력이 큰 법안을 심사하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 특정 상임위를 희망한다고 모두 욕심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임위든, 윤리위든, 최고위든 안 싸우는 곳이 없는 국민의힘,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남영주 기자 [dragonbal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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