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그저 남의 일인 어르신들, 오늘도 무료급식소를 찾아 길게 줄을 섰습니다.
왜 오셨냐고 물어봤더니, 자식들보다 무료 급식소가 낫다는데요.
진심이어도, 그냥 하는 말이어도 왠지 서글프죠.
이기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탑골공원 담장 옆으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공원 안까지 이어진 200미터의 긴 행렬은 모두 무료 급식소를 찾아온 어르신들입니다.
점심 때마다 벌어지는 풍경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 한분한분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좋은 날 되세요"
또 다른 무료급식소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4년 만에 효도 공연도 열렸습니다.
어린이들의 바이올린 연주에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입니다.
[김명자 / 서울 동대문구]
"어버이날 행사를 해 주시니까 외롭고 소외당하고 불쌍한 노인들이 여기 와서 이렇게 하루를 즐겁게 보내니까 너무 감사하고."
자녀들에게 매 끼 식사 부담을 주는 게 싫어 급식소에 나온다는 어르신들.
[정종도 / 서울 양천구]
"아들이랑 같이 사는데 밥 얻어먹기도 좀 미안하더라고. 아들도 자기도 벌어먹고 살아야 되니까. 나와서 내가 얻어먹고 하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고."
떨어져 사는 부모님과 한 달 평균 3번 만나고, 일주일에 2번 통화하는 시대.
때로는 봉사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신모 씨 / 서울 강서구]
"어떤 때 보면은 두 손 들고 머리 굽히고, 그런데 이게 며느리나 딸보다 더 성의를 다하는 거야. 꽃 안 단 사람 있어? 전부 꽃 다 달았다는 거 아니야."
봉사자들의 따듯한 정성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줬습니다.
채널A 뉴스 이기상입니다.
영상취재 : 김명철 장명석
영상편집 : 방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