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중계권 계약도 맺지 않고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를 무려 130회나 무단으로 방영했습니다.
그런데 또 우리 선수들이 뛰는 경기는 쏙 뺐습니다.
조현선 기자입니다.
[기자]
웨스트햄이 첼시에 1점 앞서고 있는 전반전 상황.
첼시 추쿠에메카가 수비들의 틈새를 노려 잽싸게 골을 향해 공을 찹니다.
[중계]
"골인됐습니다. 첼씨팀 17번 추쿠에메카 선수가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긴 호흡으로 공을 몰고가는 잭슨, 골로 이어지진 못합니다.
[중계]
"첼시팀의 역습속공. 결합에 의한 돌파가 진행됐는데 결속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중계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입니다.
화면 좌측 상단에 조선중앙TV 로고가 달려있고, 그 옆으로 '잉글랜드 최상급 축구련맹전' 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난 8월 21일에 진행된 경기를 녹화 중계한 겁니다.
중계 해설 방식도 다릅니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해설과 달리 감탄사 한 번 없이 경기 상황만 설명합니다.
[중계]
"한 경기에서 경고를 두 번 받았기 때문에 선수가 퇴장됐습니다."
하지만 골대 앞 짜릿한 순간에는 미세하게 목소리 톤이 올라갑니다.
[중계]
"슛 문지기 잘 막아냈습니다."
사용하는 용어도 다릅니다.
아스널과 풀럼은 아세날, 풀함으로.
[중계]
"문지기의 반격이 빨랐습니다. 강한 차넣기였습니다."
유효슈팅은 정확한 차넣기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중계가 무단 방영됐다고 미국의 소리가 오늘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30회에 걸쳐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과 황희찬 소속팀 울버햄튼의 경기는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과 10월 중계 편성표에도 두 팀의 경기는 없습니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북한과 시즌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는 게 EPL 관계자 설명입니다.
또한 웹사이트 운영자 스티븐 킹이 무단 중계한 사례로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작권침해에 대한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은 앞서 지난 7월 FIFA 허가 없이 여자 월드컵을 중계했습니다.
채널A뉴스 조현선입니다.
영상편집 천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