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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압박, 지지층은 반대…호르무즈 딜레마 빠진 靑 [런치정치]

2026-09-13 12:00 정치

 지난 11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뉴스1)

"아직 진짜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충분한 시간 갖고 내부 논의 중" (홍익표 정무수석, 10일 YTN 라디오)

최근 청와대 인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하는 '단골 멘트'죠. "정해진 바 없다."

이미 파병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예측이나 해상초계기나 폭발물처리반 EOD 같은 구체적인 수단까지 특정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데, 청와대는 왜 매번 정해진 게 없다고 하는 걸까요. 아직도 청와대가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6일 해군항공사령부가 있는 경북 포항기지에서 P-8A 해상초계기 포세이돈이 비행을 앞두고 있다. (출처=뉴스1)

"국민적 공감대"

그건 바로 청와대가 파병을 위한 중요 변수로 꼽는 '국민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주부터 파병이 화두로 떠오르자 여론조사 업체들도 속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주말에 진행된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파병에 대한 찬성 여론은 43.0%, 반대 여론은 47.1%로 나왔습니다.¹

그보다 뒤에 실시된 전국지표조사 NBS에서 파병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그쳤고, 반대한 비율은 45%, 9%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² 11일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파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2%로 적었고요,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는 무려 55%에 달했습니다.³

청와대에서도 이 같은 여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평화유지군이 아닌 해외 파병과 전투 참여 가능성이 있는 곳에 젊은 장병들을 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파병을 하려면 국민 동의가 일정 정도, 50% 이상은 넘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사안인데 그 결단이 쉽겠느냐"고 바라봤습니다. 정작 반대 여론이 과반이란 조사 결과까지 나오며 고심해야 할 지점이 커지는 셈이죠.

 시민단체와 종교계 정당 대표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출처=뉴스1)

"전통적 지지층의 반대"

문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전통적 지지층과 정치적 우군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단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보면요,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의 파병 반대 비율이 55.5%로 과반을 보였고 NBS 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55%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진보 정당과 단체들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0일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파병을 말아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벌여놓은 전쟁에 뒷수습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고 공개 논평했습니다.

또 다른 원내 정당인 진보당의 김종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파병 거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연일 단체 행동으로 파병에 반대하고 있고요. 청와대에선 국민 여론만큼이나 진보 진영의 반대 역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서희, 제마부대 장병들이 지난 2003년 4월 30일 새벽 서울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이라크 파병보다도 약한 지지"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 때보다도 좋지 않습니다. 같은 해 3월 KBS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공병과 의무 부대를 파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8.3%로 높았습니다.⁴ 전투병이 아닌 지원 성격의 파병은 괜찮다는 의견이 많았단 거죠.

이번 호르무즈 파병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이 높았던 것과 다릅니다. 따라서 당시 정부는 여권 지지층의 반대 분위기에도 한미 동맹을 명분으로 파병을 결단할 여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반대 여론이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죠.

"많은 의원님들과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하고 계십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전쟁이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명분이 있고 없음에 대해서 논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파병을 결단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라크 파병 동의안 표결에서 당시 여당 민주당이 찬성 49명, 반대 43명으로 갈렸습니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재적의원 270명 중 257명이 참가, 찬성 179표로 통과되긴 했지만 여권 내 내홍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파병 바로 다음 달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잘했다'는 응답은 정작 한나라당 지지층(21.2%)에서 민주당 지지층(13.5%)보다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⁵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모습 (출처=뉴스1)

"보수 정당, 파병 찬성할까?"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관세·대미 투자·쿠팡 논란 등으로 대표되는 한미 갈등을 타개하고자 파병을 결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이 파병에 찬성했던 것처럼, 현재 국민의힘이 파병에 찬성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그럴 분위기는 아닙니다. 도리어 파병을 이슈로 대정부 공세를 강화할 전망입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여당 내에서도 파병 입장 정리가 안 되는 건 이 정부의 정체적 모호성을 상징한다"며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함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요.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파병을 강요당하고 있을 만큼 한미 관계가 좋지 않아진 이유가 무엇이냐",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당 입장에서 불가피하다면 결국 찬성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전에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출처=뉴스1)

"제3의 길?"

청와대는 파병으로 대표되는 군사적 기여 방안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기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단계에서 파병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에 과거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핵심 관계자는 다른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이라크 전쟁 당시 일본처럼 비용을 지원하겠다거나 전쟁 물자 보급을 돕겠다고 할 수도 있다"며 선택지를 파병으로 좁혀서 볼 건 아니라 했습니다. 우리 군 자산과 병력을 꼭 보내지 않고도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되지 않느냐는 거죠.

조만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병에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 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논의를 했죠.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체에 한국이 참여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미 투자부터 쿠팡,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핵추진 잠수함까지. 통상과 안보가 엮여 있는 고차방정식을 청와대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여론조사 고지사항]

○ 조사의뢰자 : 쿠키뉴스
○ 조사기관 : 한길리서치
○ 조사 기간 : 2026년 9월 5일~7일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18명
○ 조사 방법 : 무선 ARS 96.9%, 유선전화면접 3.1%

○ 조사의뢰자 :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 조사기관 : 엠브레인퍼블릭
○ 조사 기간 : 2026년 9월 7일~9일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 조사 방법 : 무선전화면접 100%

○ 조사의뢰자 : 한국갤럽
○ 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 기간 : 2026년 9월 8일~10일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 조사 방법 : 무선전화면접 100%

○ 조사의뢰자 : KBS
○ 조사기관 : 미디어리서치
○ 조사 기간 : 2003년 3월 22일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조사 대상 : 전국 만 20세 이상 1,000명
○ 조사 방법 : 미고지

○ 조사의뢰자 : 문화일보
○ 조사기관 : TNS
○ 조사 기간 : 2003년 5월 29일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조사 대상 : 전국 만 20세 이상 1,000명
○ 조사 방법 :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전화조사

※ 전체 질문지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언론사 홈페이지 참조



김민곤 기자 [imgon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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