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답설야(踏雪野)라는 사명대사의 선시로,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성공적으로 걸어간 앞사람이 남긴 이정표는 뒤따라 걷는 사람들에겐 귀중한 선물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면 뒷사람은 길을 잃을 수도 있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앞길은 선배 검사 윤석열 대통령의 길일까요, 아닐까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길 바랄겁니다.
국민 야당과 소통하고, 때론 대통령에 쓴 소리도 하고, 주요 당직에 법조인 출신도 덜 쓰고, 기득권도 혁파하고 말이죠.
[한동훈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지난 26일)]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비대위원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은 한 위원장에게 첫 고비이자 쓴 약이 됐을 겁니다.
빨리 사과한 건 잘 했지만, 사람을 쓸 땐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 알았을 겁니다.
저는 '답설야'의 역발상으로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너무 한 길만 고집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뒷사람을 너무 의식하면 본인의 행보를 할 수 없으니까요.
뒤 따르는 사람도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고 걷는다면 실수는 없어도 관례에 얽매이게 되고, 도전이 없으니 발전도 없을테니까요.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떠오르겠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정도를 걸으며, 또 과감하게 새 길을 개척하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