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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망한다더니”…사모펀드 잇따른 부실 사태
2020-10-15 19:26 경제

옵티머스 사태와 라임 사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눈물 흘리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두 펀드 뿐만 아니라 최근 사모 펀드 관련 피해가 크게 늘었습니다.

불과 2년 사이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사태를 일으킨 사모 펀드가 300개가 넘습니다.

판매를 맡은 금융사들 말만 믿었다가 생계자금을 잃은 투자자들이 수두룩합니다.

사모펀드는 투자구조가 복잡하고 리스크가 큰데, 대책 없이 문턱만 낮춰 놓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정서, 안건우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판매된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양모 씨가 10억 원 가까운 전세금을 넣은 건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을 찾았다가 예금 금리를 웃도는 연 5% 수익률에 안정적인 상품이란 권유를 받고
투자를 결심했습니다.

[양모 씨 /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자]
"이탈리아 정부의 의료 예산으로 편성되서 나오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회수되는, 안전성이 탁월한 상품이다. 안전성과 기간이 저희한테 딱 맞았어요."

투자자 400여 명에게 1188억원어치가 팔렸지만, 지난 4월 환매가 중단됐습니다.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

하지만 하나은행의 펀드 실사 결과,

단기채권 위주로 운용할 계획이라던 펀드에 장기채권이 편입됐고 이런 장기 채권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기준 9개 펀드 중 4개 펀드는 투자금의 57%, 한 펀드는 39%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3개월 만에 조기상환이 가능하다'고 판매했지만, 5, 6년 뒤로 환매가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양모 씨 /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투자자]
"하나은행에서 나온 사내메일 보여주면서 무조건 상환이다. 끊임없이 괜찮다 문제없다…"

하나은행 측은 판매사일 뿐 펀드 부실에 대해서는 몰랐다며 고객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양 씨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고객 기망 행위 인정하고 원금 전액 반환하라!"

헬스케어 펀드 뿐 아니라 사모펀드 환매 중지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정서입니다.

emotion@donga.com
영상취재: 김영수
영상편집: 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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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지난 7, 8월 사모펀드 환매연기는 한 달에 20건 꼴. 

올해로 범위를 넓히면 164개, 

지난해까지 하면 351개의 사모펀드가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환매 연기 사태가 최근 2년간 집중 발생한 겁니다.

화근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완화된 사모펀드 규제. 

사모펀드사 설립에 필요한 필수 자본이 6분의 1로 줄고 운용사 설립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수백 개의 사모펀드가 난립했습니다.

1억 원만 있으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안전장치는 없었습니다. 

일부 금융사기꾼들에게 금융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의 돈은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장] 
"사모펀드는 멋대로 모집해 멋대로 투자행위를 해도 규제·모니터링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사기를 칠 수 있는 것이죠. 

사모펀드 천국인 미국에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전문성이 있고 손실을 감당할 자산과 수입이 있는 사람만 투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입 장벽을 다시 높이자는 대안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위험성이 있는 사모펀드라면 판매사들이 걸러주는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잇따른 부실에 정부가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지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치밀한 검증과 관리 감독 시스템도 마련돼야 합니다. 

채널A뉴스 안건우입니다. 

srv1954@donag.com 
영상취재: 이승훈 
영상편집: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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