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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MDL…지도 위 1mm 굵기 선, 땅에선 50m 차이? [런치정치]

2026-10-03 11:40 정치

 사진출처 : 국방일보

지난 달 21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우리 장병이 크게 다친 사건. 전조 현상이 있었습니다. 북한군은 2024년부터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했고, 군사분계선(MDL)을 수시로 넘나들었습니다. 지난 8월에만 MDL을 20여 회 침범했는데,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경고사격 하면 금방 돌아간다”고 설명했지만, 단순한 월선이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우리 장병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 아래, 책임 공방이 한창입니다. 자주 거론되는 게 군사분계선(MDL) 재조정 필요성입니다. 정전협정을 체결하며 MDL을 그은 지 73년이 지났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사진 출처 : 뉴스1

3개의 MDL, 진짜를 찾아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이 활동하는 영역은 MDL 이북이라는 뜻일 겁니다. 반면 우리 군은 북한군이 지금도 수시로 MDL을 넘고 있다고 하죠.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인명피해로 이어진 남북 간 인식의 차이는 ‘펜촉 두께’에서 시작됐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북한과 유엔사 모두가 합의한 기준선이 있었습니다. 지도에 펜으로 MDL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펜촉의 두께, 1mm의 선이 실제 지형에서는 폭 50m에 달하는 걸로 알려집니다. 50m라는 오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남북한이 보는 MDL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문서에 선만 긋고 끝낸 건 아닙니다. 1,292개의 푯말을 세워 MDL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형변화나 산불, 홍수 등으로 온데간데 사라지고 250여 개만 남았습니다.

물리적으로 MDL을 식별할 수 있는 단일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남과 북, 유엔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MDL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군은 실제 남아있는 푯말과 국방지형정보단의 디지털 MDL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유엔사는 구글 어스와 미국 국가지리정보국의 디지털 MDL을 기준으로 하죠. 위성항법시스템 좌표로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군은 미국식 GPS를 사용하고, 북한군은 러시아식 글로나스를 사용하는데, 특정 지점을 다르게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3개의 MDL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아차’ 하는 사이 지뢰 매설 수백 발?

우리 군도 이 문제를 방치하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는 MDL 기준선에 대한 논의를 위해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은 무반응이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방부는 유엔사에도 관련 논의를 요청해왔지만 실질적인 협의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유엔사는 이번 지뢰 폭발 사고 전까지 북한의 MDL 일대 철책 설치 작업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설명자료까지 낸 바 있습니다.

MDL 일치화가 지지부진한 사이 북한군은 ‘수 곳’의 지뢰지대를 만들었습니다. MDL 이남에 매설된 지뢰가 수백 발일 거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군은 통상 2~3m 간격으로 지뢰를 묻는다”며 “3열 이상 매설되고 가로 폭이 100m라면 한 구역에만 90발이 들어간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가 나섰습니다. 정동영 장관이 어제(2일) 북한에 MDL을 확정하는 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정 장관은 “MDL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또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죠.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정 장관의 제안을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 일방적인 넋두리”라 비난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것들과 마주 설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요.

과격 대응 어려워…유엔사와 협의가 우선

이번 폭발 사고가 북한군의 지뢰 매설 결과라는 걸 확인한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습니다. 대북확성기와 경제·외교 제재 확대 등이 상응 조치로 거론되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확성기는 접경 지역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각종 제재는 기존에도 우회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고사격 격발 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대응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보다 강경한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 지뢰 지대를 폭파시키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제거를 가정한 참수 작전 훈련에 착수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남북 대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가 이런 대응을 할 확률은 낮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만큼, 우리 군과 유엔사만이라도 MDL 조정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야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올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뉴스1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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