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단둥에서 만난 김정은-왕후닝 (사진 출처 : 뉴스1)지난 24일 전격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방문은 국가정보원 휴민트를 통해 사전에 파악됐습니다. ‘24일 오전 중 김 위원장이 단둥으로 출발해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난다’는 첩보가 전해진 겁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차를 타고 신압록강대교를 건넌 뒤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 7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첩보는 절반만 맞췄습니다.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이 리창 총리가 아닌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은 “당초 리창 총리를 영접할 예정이었다가 왕후닝 주석으로 전격 교체된 것”이라며 “현지에 있던 인원도 행사 종료 때까지 교체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의 대북 휴민트, 잘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누가 北 휴민트를 구성하나
휴민트, Human Intelligence의 약어로 ‘인간정보’를 의미합니다.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건데, 북한처럼 폐쇄된 대상은 공개된 정보나 기술정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휴민트가 특히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국정원은 휴민트를 동원해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단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북한의 공식 확인보다 일주일 이상 빨라 대북 휴민트 활동의 정보력이 입증된 사례죠.
대북 휴민트는 탈북민이나 중국 접경지역의 네트워크, 해외에 나가있는 파견 노동자 등에 접근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중국 동포(조선족)의 역할이 큰데 이들은 언어와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뿐만 아니라 대부분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에서 흘러나오는 내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은 국정원이 하루 전날 파악해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한 걸로 알려집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중 당일 국내 한 언론사가 통일부에 관련 사실을 물었고 국정원의 동의하에 김 위원장의 동선이 공개됐습니다. 국정원 내에서는 이번 김 위원장 방중 첩보 관리를 ‘잘한 일’이라 자부합니다. 미국이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며 대북 정보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휴민트를 활용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자체 평가가 있습니다.
“대북 휴민트, 정보력이 얕다”
다만 대북 휴민트의 정보 수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방중 하루 전날 첩보를 받았다는 건 계획 단계에서부터 실시간 정보를 얻지는 못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또 정보당국 소식통은 “북한이 아닌 중국 측 휴민트가 가동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직 국정원 출신 인사는 “중국 국경을 관리하는 직원 등 비교적 정보에 접근이 쉬운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북미 대화와 관련한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이 휴민트로 해당 정보를 파악했다면, 김 위원장의 ‘이너서클’을 통해 나온 고급 정보일텐데요.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미대화 동향과 관련해 북측이 움직이고 있는 징후들을 국정원이 포착한 것 같지만,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건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북미대화 동향 정보를 믿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국정원이 현재 독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는 “현 정부 체제 국정원의 염원이 담긴 정보”라 꼬집었습니다.
이종석 국정원장 (사진 출처 : 뉴스1)연속성 없는 국정원 인사가 원인?
대북 휴민트의 한계가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힙니다. 먼저 북한의 특수성.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데다 방첩 기능이 상당해 휴민트가 활약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국정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보기관 조직과 정보원 관리가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공작금 등 예산 문제도 있습니다. 휴민트의 가장 큰 동기인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국정원 개혁이 도마에 오르면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거론됩니다. 모사드는 전국민적 신뢰를 받는데다 최고 수준의 휴민트를 구축해 자국민을 보호한다고 평가받죠. 북한이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대북 정보 경쟁력의 원천인 휴민트 역량 보강이 늦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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