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껄끄러워하는 여당 의원, 누굴까요. 첫손에 꼽히는 사람, 바로 검사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인데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정황이 포착될 때마다 '꼼수'라며 조목조목 따지고 나서기 때문입니다. 주 의원 이름 앞에 '신(新) 이재명 저격수'라는 타이틀이 붙습니다.
"이재명 재판지연, 일반 국민과 비교해 특혜"
주 의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이재명 대표만 그렇게 때리냐,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 거냐"고요. 주 의원의 답은 명쾌했습니다. "정치권에 와서 이 대표 재판을 들여다보니 일반 국민과 비교해 특혜라고 할 정도로 재판을 심각하게 미루는데 누구도 그 점을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아서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고요. 그러면서 "내가 이 대표를 많이 지적했다기보다는 그만큼 이 대표가 재판 지연을 많이 한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법치의 수호자'라는 별명이 좋지만 이재명 대표 저격이 곧 법치를 수호하는 것이니 열심히 저격해서 이 대표 '방탄'을 전부 뜯어내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 대표 '저격'을 위한 주 의원의 첫 번째 '총알'은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 및 의견서입니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기도 한데요. 이 대표가 본인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법원에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제(4일)는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2심 재판의 기일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며 탄원서를 냈고요. 지난달에도 공직선거법 사건 2심 재판을 3개월 내에 마무리해달라고 했죠.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을 앞둔 지난해 11월에는 재판 생중계를 요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하는 등 주요 대목마다 법원을 향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탄원서 제출이 무슨 효과가 있냐" "사법부를 압박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주 의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국민들께서 재판 지연 행위를 알게 되는 것만큼 실효적인 수단은 없다"고요.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이 대표 1심 재판들은 한없이 더 늘어졌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법부 압박"이란 비판에는 "제가 하는 얘기들은 상식적인 법조인이라면 전부 아는 내용"이라며 "민주당처럼 관계자들을 탄핵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웃어넘겼습니다.
급할 땐 복도에서 '셀카 모드'로 유튜브 촬영
주 의원이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쉴 새 없이 이 대표의 혐의를 일타 강사처럼 해설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8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주진우의 이슈해설'은 현재 구독자가 16만 6000여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11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해 '실버버튼'도 받았는데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법리적 사안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보수 지지층이 모여든 겁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소송기록이 접수됐다는 통지서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돼야 2심 재판이 시작되는데, 이 통지서가 '이사불명'으로 전달이 안 됐어요. 이사불명이 뭐냐, 이사를 갔는데 이사 간 주소를 알 수 없어서 전달이 안 되는 걸 뜻해요. 그러니까 이 대표가 이사를 간 뒤 새 주소를 재판부에 안 알려준 겁니다. 통지서를 안 받는 건 재판을 미루려는 잡범들이나 쓰는 수법이에요. (지난해 12월 17일 '주진우의 이슈해설' 中)"
최근 이 대표 사법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주 의원도 덩달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전 7시에 일어나자마자 조간신문을 보며 그날의 이슈를 분석한 뒤 곧바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법사위, 운영위, 내란 국조특위 등 온갖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관을 바삐 오르내리는데요. 평일 중 거의 매일 업로드하는 유튜브 영상은 대개 점심시간을 이용해 찍는다고 합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때우는 경우가 부지기수고요. 급히 영상을 올려야 할 땐 복도에서 직접 '셀카 모드'로 촬영합니다. 덕분에 보좌진들도 이재명 대표 재판 분석 등으로 연중무휴라고 하네요. 여기에 틈틈이 법률자문위원장 명의의 탄원서와 의견서까지 작성해야 하니,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라 보입니다.
여당 내에서는 주 의원을 두고 이런 평가가 나옵니다. "쟁점을 뽑아내는 능력도 탁월한데, 그 속도도 빠르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주 의원은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부터 한동훈 전 대표를 거쳐 권영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법률자문위원장을 연임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법사위, 운영위, 내란 국조특위에 법률자문위원장까지 남들이 기피하는 모든 자리를 도맡아줘서 미안할 지경"이라고요.
野서 "또 주진우냐" 한숨
야당 반응은 어떨까요? 국회 내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주 의원은 지난해 7월 '채 상병 특검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5시간 넘게 특검법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며칠 뒤 주 의원이 본회의 반대 토론에 또다시 나서자 본회의장 앞자리 민주당 의원석에서 "또 주진우냐"는 한숨이 나와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는 겁니다. 이 한숨을 들은 한 여당 의원은 "소리 지르는 것보다 조용히 아픈 곳을 찌르는 게 더 무서웠던 게 아니겠냐"고 추측하더군요.
더불어민주당도 주 의원의 움직임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이재명 대표가 재판 생중계에 반대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주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고요. 지난달엔 "민주당이 범죄와 무관하게 카카오톡, 댓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내란선동죄로 고발할 것처럼 공표했다"며 주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주 의원이 여당 공격 최전선에 나선 만큼, 민주당과의 법적 다툼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주 의원은 앞으로 이 대표 저격 고삐를 더 바짝 당길 방침인데요. 이 대표를 향해 마지막으로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재판 비용이 겁나서라도 이재명 대표처럼 무더기 증인 신청 같은 재판 지연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반 국민처럼만 재판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반칙 좀 그만 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