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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의 현장칼럼]6411번 버스를 타고
2018-08-08 19:55 뉴스A

김. 만. 수.

김만수는 성석제의 소설 <투명인간> 속 주인공입니다.

김만수는 가족을 위해,그리고 부도 위기에 내몰린 회사를 위해 뛰고 뛰었습니다.

책 표지의 이 그림처럼 몸은 야위어 가고 마음은 뒤틀려갔는지도 모릅니다.

이념이나 사명감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남자로, 집안의 가장으로, 해야 할 일을 했던 건데요.

하지만 김만수는 투.명.인.간.이었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숨진 노회찬 의원이 남긴 연설 속의 청소 노동자처럼 말이지요.

[노회찬 연설/2012년 진보정의당 창당대회]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노회찬이 말한 오늘의 김/만/수는 6411번 버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강남을 이어주는 유일한 버스지요.

새벽 4시 첫차에 저도 올랐습니다.

[인터뷰:박정옥 님]
"우리는 일어나는 건 다 2시 반, 3시에 일어나요. (꽉 들어찬) 버스 타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네요."

호텔 주방에서 과일을 깎는 박정옥 씨의 낮과 밤은 늘 거꾸로입니다.

"멀어도 뭐 어떻게 해요. 먹고 살려면…현장이 거기에 있으니까... 피곤하니까 눈 감고 가고 그러죠."

2시간 출근길에 오른 이분에게 6411번 버스는 차라리 휴식이었습니다.

[인터뷰:유영순 님]
"여름엔 덥죠. 더워도 그러려니 하고 하는 거지 우리는 참을성뿐이 없잖아요."

이들에게 노동은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이었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견뎌냈죠

2018년 대한민국의 맥박은 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무심했던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너무나 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이름, 김만수를 다시 불러보는 이유입니다.

그래픽 : 이수정 디자이너
연출 : 황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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