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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시신유기·SNS 조작…남동생의 완전범죄 꿈?
2021-05-01 19:27 뉴스A

한쪽이 쓰러지지 않도록 받치는 나무를 '버팀목'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거친 비바람에도 맞서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관계, 부모가 자식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은 피를 나눈 형제일 겁니다.

그런데 함께 살던 친누나를 잔인하게 살해한 남동생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누나의 시신은 숨진지 4개월이나 지나 인적이 뜸한 농수로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또한 남동생이 벌인 일이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했을 두 사람에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Q1. 남동생은 그제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 줄곧 "우발적 살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빙성이 있습니까?

인천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27살인 남동생이 함께 살던 30대 누나를 살해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중순으로 추정됩니다.

누나의 시신이 발견된 게 지난달 21일이니까 무려 4개월 전인데, 일단 경찰은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우발적'이었다는 남동생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강화도 농수로에서 발견된 누나의 시신에서 전신이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된 점 때문인데, 평소 누나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왔던 동생이 범행 당일에도 "늦게 들어온다"는 누나의 핀잔을 듣고 홧김에 막무가내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나를 살해한 뒤 그의 행동은 더이상 '우발적'이 아니었습니다.

Q2. 일반인 입장에선 가족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뭐가 또 있습니까?

누나를 살해한 뒤에 동생은 아파트 옥상에 10일 정도 시신을 방치했습니다.

그 이후에 시신을 가방에 담아 렌터카로 옮긴 뒤에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했는데,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누나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 등을 수차례 검색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경찰은 가방 안에 담겨있던 시신이 농수로 물 위에 떠오를 것을 우려해서 인터넷 뉴스를 수시로 찾아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3. 30년 가까이를 함께 산 가족입니다. 일말의 죄책감도 못 느꼈던 걸까요?

전문가 얘기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가족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뿌리깊었던 것 같고 앙심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해한 다음에는 금방 반성하고 자수하기보다는 혼돈의 시간을 보냈던 게 아닌가…그럼에도 도망가지 않은 것으로 보면 도주의 능력 자체가 미비한 사람이 아니었나 추정됩니다."

자수도, 도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범행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무언가를 준비했습니다.

Q4. 그건 또 뭡니까?

수개월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이 걱정된 부모는 지난 2월 14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남동생은 누나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유심칩을 다른 기기에 끼워서 SNS 문자메시지를 조작합니다.

자신과 대화한 것처럼 꾸민 건데, 누나에게 "어디냐" "걱정된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뒤에 누나의 계정으로 접속해서 "나는 남자친구와 잘 있다" "자꾸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라는 답장을 전송했습니다.

이같은 내용을 캡처해서 어머니에게 보내 안심을 시켰는데, 경찰에게도 누나를 가장해서 "가족과 연락하고 있다" "부모님이 오해를 해서 신고한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결국 부모는 지난달 1일 실종신고를 취소했습니다.

Q5. 누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면서요?

맞습니다.

누나의 발인이었던 지난달 25일,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행렬 앞에 섰습니다.

부모님이 거주하는 경북 안동에서 체포될 때까지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웃 주민 부부]
"엄마가 밥에 고기를 계속 올려주는데 말도 안 하고…엄마가 고기를 굽는데, (남동생이) 제가 구울게요 하더라고. (난 궁금한 게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완전범죄를 꿈꿨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위치추적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경찰의 통신수사 과정에서 숨진 누나의 SNS 계정이 사용된 위치가 남동생의 휴대전화 사용 위치와 같은 곳으로 확인된 건데, 경찰은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남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프로파일러를 투입해서 사이코패스 검사 등도 진행할 예정인데, 구속 여부는 내일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통해 결정됩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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