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당한 30대 피해자가 오늘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른바 전세황제에게 사기를 당한 여성이었는데 두 달 사이에 벌써 세 명이 삶을 포기했습니다.
오늘 숨진 여성은 보증금 9천만 원을 떼인 뒤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먼저 백승연 기자입니다.
[기자]
문 앞에 붙은 전세사기 규탄 문구 사이로 미납시 단수하겠다는 수도 요금 체납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 새벽, 이곳에 살던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 A 씨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열흘 전, '현수막을 다시 붙여놓겠다'는 단체 대화방 메시지가 A 씨와 주민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됐습니다.
['ㅅ' 아파트 세입자]
"바로 옆에서 같이 싸우던 사람인데…또 다른 분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돼요.)"
주민들은, A 씨가 새벽부터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면서도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해온 청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김병렬 / 'ㅅ' 아파트 대표]
"현수막 같은 경우도 자기가 걸 테니까 줘라. 열심히 하려고 하셨고 또 싸우려고 노력도 되게 많이 하셨어요."
A 씨가 살던 아파트는 2017년 준공됐는데, 이미 같은 해 채권최고액 1억 573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습니다.
아파트 소유주는 '전세황제'와 사기를 공모한 '바지 임대인'이었습니다.
A 씨의 전세 보증금은 9천만 원으로, 최우선 변제금 상한선인 8천만 원을 넘어 보증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60세대인 이 아파트는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고, 20세대 가까이 이미 낙찰돼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두 달도 안 돼 벌써 세 번째.
사흘 전, 근처 다른 아파트에 살던 20대 남성이 보증금 9천만 원을 떼이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지갑에 든 건 2천 원뿐으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2월 28일에는 또 다른 아파트에 사는 30대 남성이 "더는 못 버티겠다"며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백승연입니다.
영상취재: 권재우
영상편집: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