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용의자 3인조 이경우(왼쪽부터) (36), 황대한(36), 연지호(30) 출처:뉴시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의 한 대로변에서 한밤중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이경우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늘(25일) 강도살인,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이경우와 황대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공범 연지호에겐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경우에게 살인 도구인 '마약 주사기'를 전달한 이 씨 아내 허모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습니다.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겐 각각 징역 8과 6년이 선고됐습니다.

이경우는 살인에 공모할 의도가 없었고 예측하지도 못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황대한의 증언에 비춰보면 '범행할 중국인을 구할 수 있는지', '장기 적출이 가능한지' 등을 물어본 것이 인정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처음부터 피해자 살해를 계획하고 범행을 공모했다고 봤습니다.

또 피해자를 납치하고 차량에 태운 뒤 대전 야산에서 유기한 장소에 낙엽을 모으는 등 은폐한 점에 비춰볼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 대해선 강도죄만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유상원이 밤늦게 한 호텔에서 이경우를 만나 피해자의 코인 지갑 복원을 시도하고, 범행 전 6개월 넘게 대포폰으로 이경우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등이 증거로 언급됐습니다. 황은희가 "채권 회수를 위해 이경우에게 7천만 원을 건넨 것"이라며 피해자 행세를 한 사실도 감안했습니다.

재판부는 "이경우, 연지호, 황대한이 본인 경제난을 해결하려 피해자를 장기간 미행하고 끝내 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이들에게서 죄책감, 미안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누구라도 인정할 객관적 사정이 있을 때만 극히 예외적으로 내려져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고 직후 유족은 "합의나 사과를 원하지 않고, 다 사형을 내려주시는 게 맞다"며 "말이 안되는 결과"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