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저는 8 대 0의 결론이 날 걸로 굳게 믿습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 지난 2월 19일)
"내란 수괴 윤석열은 '8대 0' 만장일치로 파면될 것이 확실하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2월 22일)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종결을 앞두고 민주당 율사 출신 의원들, '헌법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탄핵 인용' 예상을 쏟아냈죠. 11차례에 걸친 탄핵심판 변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겁니다.
"8:0 확신, 걱정 마시라" 달래기
하지만 당 분위기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살짝 달라졌습니다. 어제 민주당 최고위에서 나온 지도부의 공개 발언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 이렇게 말했죠. "많은 분들이 불안해 할 수 있지만, 100% 만장일치 인용될 것이다. 5 대 3, 6 대 2 등 얘기가 나오는데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요. 김병주 최고위원도 "걱정 마십시오. 헌법재판관들은 8 대 0으로 윤석열을 파면할 것이라고 저는 믿고 확신한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대한민국은 40년, 50년 뒤로 후퇴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각 시나리오(5 대 3)까지 거론하면서 불안해 하는 지지층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탄핵 인용 되겠지만…의견 나뉘면 걱정"
민주당에선 헌재의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당혹스러운 기류도 감지됩니다. "탄핵 인용은 되겠지만 선고가 왜 늦어지는지 몰라 불안하다"는 반응인데요.
한 친명계 의원은 "헌재 선고 기일이 늦어지면 좀 수상한 거다. 내부에 논란이 있다는 것"이라며 "만장일치가 안 된다는 건데 헌재 내에서도 보수 진보가 (의견이) 나뉘면 골치 아파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낙관론'을 믿었다가 된통 당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옵니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탄핵소추단 소속 의원이나 법조인 출신들이 이번주에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온대서 믿었는데 그것도 다 틀리지 않았냐"면서 "형사 재판도 넋놓고 있다가 윤 대통령이 석방됐다. 이제 율사 출신들이 의총에서 뭐라고 해도 제대로 듣지도 않는다"고요.
위기감의 발로일까요. 민주당 의원들, 헌재 내부 기류나 탄핵심판 선고 기일에 대해 열심히 취재 중입니다. 관심이 쏟아지다보니 국회에는 시시각각 '오늘 공지설' '선고일 공지 수취 거부설' '만장일치 기각설' 등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떠다닙니다. 어제는 '오후 5시 반에 헌재가 국회로 선고일자를 통보할 수 있다'는 정보지가 돌아 기자들이 확인에 나섰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죠. 당 핵심 관계자는 "헌재 관련 소문은 다 뇌피셜(주관적 사실)"이라고 하더라고요.
"8인 체제서 빨리 선고"→"9인 체제 돼야"
이런 혼란 속에서 민주당에선 '헌재를 9인 체제로 만들어서 파면 인용 가능성을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8인 체제에선 조금 불안할 수 있다고도 본다. 실제 헌재의 '마은혁 임명' 권한쟁의에선 소수의견 3명(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도 있었지 않냐. 그 3명의 면면을 보면 언제든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늦더라도 9인 체제로 가는 게 원내 지도부의 다수 의견"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한동안 잠잠하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 지도부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최상목 탄핵 언급은 결국 마은혁을 임명하라는 압박"이라며 "'언제까지 임명 안 하면 탄핵안 통과시키겠다'고 했을 때 버티면 진짜 탄핵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논의하겠다고 했던 이달 초,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의 한 의원은 "(마은혁 후보자 합류 없이) 8인 체제에서 빨리 선고하는 게 나아보인다"고 말했었는데요. 어제 다시 물어보니 "9명을 만들어서 재판을 해야 될 사안"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천분의1, 만분의1'의 가능성이라도 허투루 보지 말고 총력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살짝 긴장을 풀고 있던 민주당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이번주부터 삭발 투쟁, 단식 농성, 도보 행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론전에 나섰는데요. 두 쪽으로 나뉜 정치권과 광장의 압박 속에서,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