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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조롱 대상 전락한 ‘1천 년 역사’ 英 왕실
2021-03-14 19:36 뉴스A

이건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최신호 표집니다.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해리 왕손 부인인 메간 마클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죠.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마클이 폭로한 이후, 천 년 역사 영국 왕실은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세계를보다, 한수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리 왕자의 어머니이자 찰스 왕세자의 아내였던 고 다이내나 왕세자빈.

1995년 영국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왕실 생활의 속살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故 다이애나 스펜서 / 영국 왕세자빈]
"아마도 전 왕실에서 우울증을 겪은 첫 번째 사람이거나 드러내놓고 눈물을 보인 첫 번째 사람일 겁니다."

그로부터 26년 뒤 이번엔 며느리가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메건 마클 / 영국 왕손빈(미국 CBS 인터뷰)]
"(왕실에 있을 때) 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한 걱정과 대화가 왕실에서 오갔어요."

흑인 혼혈, 이혼녀, 할리우드 배우 출신 마클의 인터뷰는 영국 사회에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안나 화이트록 / 런던 대학 왕실역사학 교수]
"백인 특권에 기반한 군주제가 시대착오적인 제도라는 생각에 불을 붙인 겁니다."

사실 해리 왕손이나 어린 아들 아치가 왕이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찰스 왕세자가 1위, 윌리엄 왕세손이 2위, 윌리엄 왕세손의 장남인 조지 왕자가 3위입니다.

이어 샬럿 공주와 루이 왕자,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인 해리 왕손은 6위에 그칩니다.

그러다보니 해리 왕손 부부는 눈치 보지 않고 더 자유롭고 더 당당하게 말하고 

형은 그런 동생을 반박하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애씁니다.

[현장음]
"(왕실이 인종차별한 게 사실입니까?)"

[윌리엄 윈저 / 영국 왕손]
"우리는 인종차별하는 가족이 아닙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도 당혹스럽습니다.

69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올해 아흔 넷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아버지가 폐암으로 죽자 스물 다섯에 여왕에 오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개인적 감정은 여왕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버려야 한다. 나 자신보다 반드시 왕위가 먼저여야 한다."

그래서일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손주 부부의 폭탄 발언 몇 시간 전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TV 앞에 섰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 영국 여왕(지난 7일)]
"(코로나19) 고난의 시간은 우리가 누리는 상호 지지와 정신적 자양분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여왕은 사실상 내각 조언을 따르는 명목상 권한만 갖고 있습니다.

이미지 정치, 왕실 브랜드화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데이비드 매클루어 / 영국 왕실 분석가]
"오늘날 왕실은 이미지입니다. 실제로 왕실은 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고 그들이 지닌 건 브랜드일 뿐입니다."

[한수아 기자]
"저는 영국 대사관 앞에 나와 있는데요.

영국 왕손 부부의 인터뷰로 영국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고령층은 왕실에 지지를 보낸 반면, 젊은층은 해리 왕손 부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코리나 미첼 / 영국 시민(50세)]
"굉장히 개인적인 얘기잖아요. 특히 왕실은 그런 폭로에 기분이 나쁠 거예요."

[알리야 에이켄 / 영국 시민(18세)]
"인종 차별은 특히 영국에서 정말 심하다고 느낍니다. 굉장히 용기를 냈다고 생각해요."

사진 속에선 늘 단란해보였던 영국 왕실.

1천 년 역사의 군주제가 왕세손 부부의 폭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한수아입니다.

sooah72@donga.com
영상취재: 권재우
영상편집: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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