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정확한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오히려 술을 더 마시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이런 황당한 방법으로 무죄를 확정받은 사례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회부 박자은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Q1. 음주사고를 낸 운전자가, 술을 더 마셨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전북에서 트럭 기사 일을 하는 A 씨 이야긴데요, A씨는 2019년 7월, 트럭을 몰다 맞은 편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A씨는 사고 직후 근처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이온음료 한 캔을 사서 마셨습니다.
경찰이 음주측정을 했을 땐 A 씨는 이미 소주를 들이켠 뒤였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69%가 나왔습니다.
경찰 입장에선 사고 시점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음주사고를 의심한 경찰은 두 달 뒤 A 씨를 상대로 다시 음주측정을 했습니다.
사고 당일과 똑같이 소주 한 병에 이온음료 한 캔을 마시게 하고, 혈중알코올농도를 재니 0.115%가 나왔습니다.
사고 때 측정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69%였죠.
여기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나온 0.115%를 빼면 0.054%가 됩니다.
소주를 마시기 전에 이미 처벌 기준인 0.03%를 넘긴 상태였다는 겁니다.
Q2. 그런데 1, 2심 재판 결과는 엇갈렸다면서요?
네 1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술 마시고 운전했고, 큰일 났다고 하더라"는 회사 상사의 증언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2심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이 A 씨의 알코올 체내흡수율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음주 사고 시 경찰이 출동해도 이미 시간이 지나고 음주측정을 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이 경우 운전자가 마신 술의 양과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토대로 시간대별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항소심은 이 방식에 따라 A 씨가 소주 한 병을 마셔 늘어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은 0.141%라고 봤습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측정한 0.169%에서 소주 한 병 증가치인 0.141%를 빼면, 사고 시점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에 불과해 처벌 기준인 0.03% 미만이 된다는 겁니다.
Q3. 음주 측정 전에 술을 마시면 처벌을 피한다? 불합리한데요.
네 대법원은 정확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치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법조계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한빛 / 변호사]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추가 음주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음주운전과 별개로 음주 측정 거부와 같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된다…."
대법원도 어쩔 수 없이 무죄를 확정 짓긴 했지만, "추가 음주로 정당한 처벌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입법 조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을보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