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입니다. 1심 선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며 청문회까지 개최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도 항소심 과정에서 세 가지 반격 카드를 던졌습니다.
①연어 술파티를 열어서 검찰이 진술을 회유했다
②검찰이 진술을 맞추기 위해 김성태, 방용철과 함께 진술세미나를 열었다
③북한에 돈을 줬다는 그 시점에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쌍방울 법인카드로 연어를 결제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수원지검 수사팀에 답하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죠.
최근 항소심에서 통했을까요?
▶①'연어 술파티' 의혹 ⇨ “실제로 있었는지 의구심”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5월 29일경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검찰이 연어와 음주를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쌍방울 직원들이 수원지검 인근 연어 전문점에서 연어와 술을 사왔다면서, 4만 9100원짜리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마지막에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4만 9100원이 나온 계산법도 설명했습니다. 5만 2000원짜리 ‘연어 한판’을 사고, 포장할인과 주차비 할인을 빼고, 거기에 봉툿값을 더했다고요. 하지만 검찰에선 주차 할인이 존재하지 않고, 업장에서 봉툿값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계산법이 맞지 않다고 봤죠.
이 전 부지사 측이 이런 주장을 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에 검찰에서 이런 진술을 합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게 쌍방울이 방북 비용을 대신 납부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요. 나중에 재판이 시작되자 이 진술이 허위였다고 입장을 바꿨는데, 검찰의 회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연어 술파티'가 실제로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거든요. 결제 내역 정도로는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전 부지사가 구치소에서 검찰로 조사를 받으러올 때 교도관들이 늘 옆에 있었고, 술파티가 벌어졌다는 수원지검 조사실에는 큰 유리창이 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경력과 나이를 고려하면 연어와 술로 회유당할 사람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경륜 있는 전직 국회의원이 아무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고작 연어, 술 등을 제공받고 검찰에 거짓 진술을 하겠냐는 것이죠.
▶②'진술 세미나' 의혹 ⇨ “지어낸 이야기로 보이지 않아”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의 ‘진술 세미나’가 있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대질신문을 많이 실시하면서, 진술을 서로 맞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죠. 우선 이 사건의 성격상 대질신문은 필요했다고 판단하고요.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이 많고, 그들의 역할이 달랐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위해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한 사람씩 차례로 진술하게 했다면 진술을 맞추기 위한 말 그대로 ‘세미나’라 볼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인 대질 신문처럼 번갈아가며 진술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진술을 맞추라고 회유하거나 협박할 동기가 없다고도 판단합니다. 어차피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보낸 불법 행위 자체는 달라지는 게 없거든요.
반면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봤습니다. 심지어 김성태 전 회장이 말하지 않은 주변 정황까지 이 전 부지사가 상세하게 진술했다면서 몇 가지 새로운 진술 내용이 판결에 담깁니다. 2019년 4월, 5월경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측근들(이른바 ‘정무라인’)과 이재명 지사 방북을 추진해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있었고,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한에 연락을 해도 진척이 없자 김성태 전 회장을 통해 북한 측에 방북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입니다.
이 밖에도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 등과 구체적인 방북비용의 액수까지 상의를 했다는 검찰 조서 내용이 판결문에 포함돼 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이 북측에 300만 달러를 주기로 했고, 그 가운데 270만 달러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액수가 커서 놀랐다거나, 북한에 돈을 주고 계약서를 썼다 하니 ‘정무라인’에서 “내년(2020년) 초에는 이재명 지사 방북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요.
여기에 더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작성한 옥중 서신 내용에도 주목합니다. 대북송금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나서 얼마 뒤인 지난해 7월 작성된 것인데, 서신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이 지사의 방북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을 김성태에게 부담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죠. 김성태 전 회장 진술에도 없던 내용이 포함된 이 전 지사의 검찰 진술, 이건 회유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세미나는 없었고, 회유 협박에 의해 거짓 진술을 한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③“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 ⇨ “리호남은 비밀공작원”
세 번째 반격 카드는 대북 송금의 파트너, 리호남이 돈을 줄 장소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주장은 이렇습니다.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에 당시 리호남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줬다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진술은 성립하지 않는다고요. 민주당이 이 사건 수사 검사인 박상용 부부장검사를 탄핵소추하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는데, 당시 행사 기획자와 행사에 참여했던 대북 사업가가 증인으로 나와서 리호남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재판부가 사실조회를 해본 결과, 북측 대표단 명단에 리호남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공작원인 리호남은 다수의 가명이나 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비밀리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법리적으로도,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 일시나 장소가 입증되지 않았다 해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결론짓죠.
이렇게 세 가지 반격 카드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는 2심에서도 일부 감형이 되긴 했지만 7년 8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법원에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상고했는데요. 결국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인정하는 진술을 할 때, 검찰 측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을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 받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로도 이어지는 만큼, 이 전 부지사 측은 상고심에서도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퀴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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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정현우 기자, 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 PD
편집: 이혜지‧박현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