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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사고나도 처벌 못하는 ‘도로 아닌 도로’

2018-02-05 11:27 사회

도로인 듯 도로가 아닌 도로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같은 도로 외 구역입니다.

이 곳에서도 교통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속도 처벌도 없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정하니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질문1]아파트 단지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면 진짜 처벌 못 합니까?

예 얼마 전 대전에서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는데요.

지난해 10월,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6살 어린 딸은 결국 숨졌고 엄마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가해 운전자에 대해 금고 2년을 구형했는데요.

하지만 엄마의 부상에 대해선 형사 처벌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2] 왜 그런 거죠?

횡단보도에서 난 교통사고는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횡단보도는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경찰이 그은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만든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경찰 이야기 들어보시죠.

[경찰 관계자]
"설치·유지·관리의 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가 위임한 관리사무소 측이니까 (횡단보도로 인정되지 않았다)"

엄벌을 요구했던 A양의 어머니는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A양 어머니]
"다 횡단보도로만 다녀라 이렇게 얘길 하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법의 보호를 못 받아 그러니까 거기는 다니면 안돼 이걸 모르고 그 다음 이걸 나라에서 그린건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린건지 저희는 알 수가 없잖아요"

[질문3] 이런 억울한 사연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요?

예. 취재진은 36만 제곱미터가 넘는 군포의 복합물류터미널을 찾았는데요.

지금 화면에서 보다시피 거대한 화물차와 차들이 쌩쌩 다니고 있죠.

지난 2016년 여름, 최모씨도 이 터미널 안 횡단보도를 건너다 11톤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골반뼈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었는데요. 하지만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도로가 아닌 사유지 내 횡단보도여서 12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최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 씨 / 교통사고 피해자]
"정말 누가봐도 그냥 횡단보도인데 경찰분이 말하시는 게 단지 내 횡단보도라서 형사 처벌 받을 수 없다. 그때는 되게 비참했죠."

[질문4] 저렇게 차가 많이 다니는데 도로가 아니라고요?

네, 이런 맹점이 생기는 것은 다름아닌 현행 도로교통법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공개된 장소'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차단기'가 있으면 외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도로 외 구역' 즉, 도로가 아닌 곳으로 분류됩니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학교 캠퍼스와 대규모 산업 단지 내 도로가 이런 이유로 '도로 외 구역'이 됩니다.
 
지금 보시는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도로일까요, 도로 외 구역일까요?

네, 저렇게 통행료도 받고 있지만 도로 외 구역입니다.

하지만 구내 제한속도 20km를 지키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보니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보였습니다.

[질문5]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요?

네,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는 법규 위반을 단속할 근거도 없고 운전자들도 이를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임채홍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 연구원]
"법적 강제성이 없죠. 전혀 없죠. 단속할 수도 없고. (단지) 안에 차선이 그려져 있고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건 법적으론 주차장이에요.지켜야 할 속도는 없는 거고. 횡단보도나 중앙선도 지켜야할 의무는 사실상… "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40만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이 같은 도로외구역에서 나고 있지만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교통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겁니다.

법 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네, 정하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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