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재해석해 자기 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는데요,
배우 윤여정의 연기인생, 강병규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24살 윤여정의 충무로 데뷔작 '화녀'는 파격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쥐를 때려 잡고,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고 복수하는 광기 넘치는 가정부 역을 제대로 소화했습니다.
[영화 화녀(1971)]
"모든 걸 백지로 돌리면 절 호적에 넣어주실 수 있겠어요? 못하죠? 못하죠?"
대종상, 청룡영화상의 주요 상을 휩쓴 뒤 돌연 이민을 떠났던 윤여정.
2003년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시한부 남편을 두고 바람난 어머니 역할로 기존 어머니상을 깼습니다.
[바람난 가족(2003)]
"나 만나는 남자 있다. (네?) 있고, 결혼할지도 몰라. (누구, 엄마가?) 얘. 인생 솔직하게 살아야 하는 거더라."
"돈이 필요해 연기를 했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많은 공감을 샀던 윤여정.
[여배우들(2009)]
"나 그거 찍으러 온 윤여정인데요. (윤여정 씨 오셨어요.) 망할 X. 씨라니."
돈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재벌가 딸 '박카스 할머니' 역할 등 평범함을 거부했습니다.
[죽여주는 여자(2016)]
"한 병 딸까요? 잘해드릴게."
윤여정의 꾸밈없고 독창적인 연기가 한 껏 발산된 영화 미나리를 통해 'K-할머니'란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정덕현 / 문화평론가]
"여배우들이 늘 갔던 코스를 밟아온 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윤여정 씨가 자기만의 연기 인생에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만들면서 갖고 온 힘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연기 인생 55년이 함축된 영화 '미나리'의 명품 연기로 그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채널A 뉴스 강병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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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