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차로 가장자리엔 자전거길이 있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이곳 저곳에 만들어 놨는데, 안전할까요?
다시간다, 이솔 기자입니다.
[기자]
도심 속 자전거길을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택시들이 예고 없이 멈춰 섭니다.
위험천만 자전거길 지적에 4년 전 서울시는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을까요?
서울 청계천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작되는 청계광장입니다.
이 방향으로 6km 정도 이어지는데요.
자전거길을 이용해 서울 도심을 통과해보겠습니다.
곳곳에 세워진 '보행자 통행금지' 표지판.
하지만 금세 길을 막는 보행자와 마주칩니다.
[A씨 / 보행자]
"(여기 자전거 전용도로라서 보행자는 이쪽으로 다니면 안 되는데 혹시 모르셨어요?) 뭐가요? 여기 사람도 같이 다녀."
[B씨 / 자전거 이용자]
"많이 마주치죠. 보행자는 안된다고 쓰여 있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어쩔 수가 없어."
수많은 인파에 자전거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습니다.
[현장음]
"지금 앞에 사람들이 많아서 자전거를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갑자기 자전거길이 뚝 끊기거나
[현장음]
"어디로 가야 되지?"
도색이 벗겨져 일반도로와 구분이 안 가는 곳도 있습니다.
자전거와 차량이 나란히 달리는 구간.
파란 신호가 켜져 출발하려 하자, 옆 차로의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치고 들어옵니다.
비보호 좌회전 차량들입니다.
[현장음]
"(건넙시다.) 어어 지금 가도 되나?"
머뭇거리는 사이 신호는 빨간불로 바뀌어 버립니다.
[C씨 / 자전거 이용자]
"차가 옆에 가는데 가도 되나 싶어서. 지금 지나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너무 급한 거 아니면 돌아서 가요. 무서워서."
도리어 보행자들은 횡단보도로 돌아가는 대신 자전거길을 따라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기도 합니다.
[D씨 / 보행자]
"보호받는 느낌? 아무래도 여기는 차가 뭐 안 들어오는구나. (사실 여기가 보행자가 건널 수는 없잖아요.) 아 그래요?"
퇴근시간, 터널 안이 차량들로 꽉 막혔지만, 자전거 길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취재진이 자전거 도로를 1시간 동안 지켜봤는데요.
자전거는 단 한 대도 안 지나갔는데 오토바이는 18대나 지나갔습니다.
오토바이나 차량이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건 법규 위반이지만 단속은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과태료 부과가 가능한 건 자전거 전용차로뿐인데, 서울시에 설치된 1326km 가운데 전용차로로 지정된 건 74km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전시행정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는 앞으로 차로와 자전거 도로 경계 시설을 확충하고 계도와 단속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