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는 우리시각 오늘 새벽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8살이던 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소감을 시작했습니다.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명의 아이들이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며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라고 청중에게 질문했습니다.
한강은 특히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다"며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작가는 그래서 문학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설명한 겁니다.
한강은 수상소감의 끝으로 "문학을 위한 노벨상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여기 서서 공유하고 싶다"며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한강은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증서와 메달을 수여받았습니다.
엘렌 맛손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은 "한강의 세계에선 사람들이 상처받고 연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한 걸음 더 내딛고 질문 하나 더 할 수 있는 힘, 한 건의 문서를 요청하고 한 명의 생존자의 증언을 들을 딱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아스트리드 비딩 노벨 재단 이사장은 "올해 문학상 수상자는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깊이 탐구했으며 심연과 변화에 대한 갈망은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인간의 숙명적인 조건을 조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