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코스피 4000 돌파를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 : 뉴시스)지난 한 달 더불어민주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질문 던진 분야, 단언컨대 '부동산'입니다. "갭투자 막고 대출 줄인 10·15 부동산 대책이 '주거 사다리' 끊었다는 비판 어떻게 보시나요" "집값 잡기 위해 보유세도 올리나요" 등 민감한 질문 쏟아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 사견을 전제로 각양각색의 답을 내놨습니다.
"보유세를 올려 매물이 시장에 풀리게 유도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수도권 중진)
"단기간에 공급 늘리긴 어렵고, 대출이라도 꽉 잡아서 더 못 오르게라도 막아야지 않겠나."(서울 재선)
"너무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잦다. 시장에 시간을 좀 줘야 한다."(비수도권 초선)
흥미로웠던 건, 부동산 대책에 대한 생각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는 겁니다. 지역, 선수, 나이를 불문하고 "부동산 말고 치솟는 코스피 좀 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지난 수십년간 부동산 시장에 집중돼있던 유동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중요하단 겁니다. 한 의원은 제게 농담으로 "어차피 서울에 집 사기 힘든데, 코스피 투자로 돈 모아서 집값 떨어지면 사라"고도 하더라고요.
'ETF 투자 챌린지'도 유행
사진: 'ETF 투자 챌린지'에 참여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최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투자하기도 유행입니다. 이소영 의원이 지난 9월 자신의 투자 계좌를 인증하며 제안한 'ETF 투자 챌린지'에 의원들도 하나둘 합류했습니다. 챌린지에 동참한 한 초선 의원은 제게 "소소한 이익이지만 빨간 불 들어와 있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습니다.
복수의 친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성과 지표 중 하나가 '코스피 지수'"라고 제게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부동산'으로 잃은 민심, '코스피'로 되찾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민주당은 '부동산'이란 단어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2022년 대선-지방선거 패배까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 영향이 컸기 때문인데요. 민주당 내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년 전이 떠올라 기시감이 든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당시 부동산 정책 입법에 관여했던 한 보좌관은 "2019년 쯤부터 지인들을 만나면 다 집값 얘기밖에 안 했었다"면서 "나도 우리 당 사람들 말 듣고 집을 안 샀는데,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한테 화가 날 정도다. 이번에도 부동산 정책 내는 걸 보면 '또 서울시장은 내주려는 건가'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얘기가 나올수록 민주당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내에 적지 않은 겁니다. 약점은 줄이고 강점은 극대화 하려다 보니, 기자가 부동산을 물어도 코스피로 답하는 '동문코답' 현상이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도 "코스피 6000 이상도 가능하다"며 연일 증시를 강조하는 반면, "부동산 정책은 매우 민감하니 개별 의원들의 돌출적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함구령을 내렸죠.
"주식 상승? 집값 스트레스와 차원 달라"
'동문코답'의 효과가 있었을까요? 여론,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주 연속 소폭 올라 57%를 기록했는데요.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12%)이 꼽혔지만, 긍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18%)을 든 여론도 있었으니까요. 임기 내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할 거란 응답도 45%로, 불가능할 거란 응답(29%)을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싹 가신 건 아닙니다. 10·15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은 겉잡을 수 없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요. 당 관계자는 "주식이 올라서 좋아하는 사람들의 민심과, 부동산 집값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부동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거죠. 민주당이 부동산이라는 오랜 트라우마를 코스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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