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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트럼프 전용기서 ‘문자 담판’…한미 회담 막전막후 [런치정치]

2025-11-01 12:00 정치,국제

 사진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박물관에서 악수하며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결렬 수준이 아니라 아예 협상이 끝나는 거 아닌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까지 오갔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한미 협상단 간 분위기는 험악했다는데요.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 전날까지도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이야기 못해서 그렇지 진짜 험악했다. 'APEC 정상회의 지나고 계속 협상하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판이 깨질 분위기였다"고요. 하루 전날인데도 이렇게 험악했던 이유는 뭘까요. 또 하룻밤만에 살얼음판이었던 온도가 180도 뒤바뀐 계기는 뭘까요.

회담 전날까지 대통령조차 "타결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28일), 전체 일정을 비워놨습니다. 말레이시아 아세안 순방 직후이기도 했지만,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했던 거죠.

핵심 참모들과의 티타임도 생략했습니다. 그날 오직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3실장'이 함께하는 회의만 주재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 한미 관세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밀고 당기기가 이었졌던 23차례에 걸친 관세 실무 협상에도 좀처럼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만큼 최종적으로 미국 측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 측 반응은 한국의 제안에 역시나 부정적이었습니다. 한국 측에서 "도저히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안"이라고 말해도 미국은 "그래도 해야 한다"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쟁점은 '연간 현금 지급 한도'였습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통은 우리 사정을 들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서 설득해볼 게' 정도 수준의 이야기가 오가는데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된다'고 주무 장관들이 선을 그었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 측의 과한 요구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보니, 한국 협상단 입장에선 'APEC 때 타결이 어렵겠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 대통령 역시 이런 분위기를 직감했을까요. 참모들과의 자리에서 "이번 APEC 때 타결 안 될 수도 있다"고 계속 이야기 해왔던 게 대통령 본인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거죠.

회담 당일 오전 11시 '문자 통첩' 후 반전

 사진 : 협상 파트너였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장관을 향해 "매우 터프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웠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상황이 바뀐 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9일 오전 11시쯤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일본 도쿄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바로 그 시각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터프한 협상가(Very Tough Negotiator)'라 평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짧은 문자메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연 200억 달러 이상은 불가."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었죠.   

미국 측은 그때부터 전용기 내에서 우리 측 최종 협상안을 받을지 막판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미국은 우리 최종 협상안을 받겠다고 통보했고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양측 간 의견을 취합하기 시작했고 한미 정상회담 전 실무진들 선에선 사실상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우리 측 요구를 미국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거니까요.

한미 정상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나기 직전 사실상 관세 협상이 타결된 셈이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상 서로 간의 관세 합의를 끝내고 한미가 만난 것"이라며 "이견이 없는 상태로 양 정상이 만났기 때문에 톱다운 식으로 더는 얘기할 게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87분 간의 비공개 업무 오찬 자리에선 '관세 협상' 관련 정상 간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오직 딱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향해 "진짜 협상가"라고 언급한 정도였다는데요.

주로 비공개 회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불발에 대한 아쉬움, 핵 잠수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합니다. 한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거란 그간의 관측을 벗어났던 거죠.

러트닉과 고성 지르며 싸우기도

극적 타결이 그냥 이뤄진 건 아닙니다. 수시로 미국 측이 인지하게끔 한국의 강경한 입장을 알렸던 것도 한몫 했습니다.

물밑에선 고성과 언쟁도 오갔다고 합니다. 관세 협상을 총괄해온 김용범 정책실장,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고성 지르며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후문입니다.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진짜 본인들이 생각하기로 합리적이라고 보는 건가" 따져 물으며 강경하게 나섰던 거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입장을 확실하게 알리면서 버텼기에 미국 측도 끝내 받아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치열했던 3개월 간의 한미 협상, 이제 양측이 최종 양해각서(MOU) 마련을 위한 문서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합의문에서 우리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지켜봐야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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