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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인간띠잇기…野 도보행진이 부러운 與 의원들? [런치정치]

2025-03-25 12:02 정치

요즘 아침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납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자리싸움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건데요. 어제 아침엔 국민의힘 김정재, 김미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한판 붙었습니다. "1인 시위가 아니다"라며 김원이 의원이 여당 의원들 앞을 가로막자 김미애 의원, 꿈쩍도 안 했는데요. "내가 제일 먼저 왔다"고요. 그러자 김원이 의원은 "장벽을 세우자"며 '대통령 탄핵 기각'이 쓰인 여당 팻말을 '윤석열 즉시 파면'이 적힌 더 큰 팻말로 가려버렸습니다. 결국 경찰이 여야 1명씩만 서라고 중재하며 일단락됐고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늦어지며 여야 모두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가 극한 장외투쟁 대결을 벌이며 헌재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모양새인데요. 그런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천막 당사부터 도보행진까지 총력전을 펼치는 민주당을 부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느껴집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사진 = 오늘(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채널A 취재영상 캡처).

野 지도부 주도 vs 與 개별 참여 

핵심은 당 지도부가 장외 투쟁을 주도하느냐 여부입니다. 민주당은 어제부터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헌재가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할 때까지 광화문 천막 당사를 투쟁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죠. 지난 12일부터는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박찬대 원내대표를 필두로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요. 일부 의원들은 국회 앞에서 머리를 밀고 광화문 인근에서 릴레이 단식도 진행 중입니다. 그야말로 총력전인 겁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외투쟁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도부가 거리로 나올 경우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없다는 건데요. 권성동 원내대표도 못 박더라고요. "지도부는 지금 스탠스를 유지하고, 의원들이 장외에서 열심히 있으니 '투 트랙'으로 가는 게 맞다"고요.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장외전은 개별 의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중인데요. 지난주부터는 아침 9시 헌재 앞 기자회견도 릴레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시위나 기자회견은 매일 반복되다보니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요. 민주당보다 인원수도 적고 방식도 다양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겁니다.

이에 종교계와 우파 단체와 손잡고 '탄핵 반대' 장외투쟁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헌재 인근을 도는 '탄핵 각하길 걷기' 도보 행진에 이어 오늘부터는 침묵 기도하며 헌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인간 띠 잇기 기도 행진'도 시작했습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어제부터 조계사 대웅전에서 '탄핵 반대 108배 릴레이'에 나섰고요.

 사진 = 윤상현 조배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늘(25일) 아침부터 종교계 인사 등과 함께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기원 인간띠 잇기 기도 행진'에 나섰다. (출처 = 윤상현 의원실)

"지도부가 관망만"…與 일각선 '불만' 

나열한 행사를 거의 모두 참석하는 5선 조배숙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게 가장 힘드냐고요. "하루 4시간 반씩 자며 매일 새벽 7시까지 향하는 체력적 부담도 있지만, 그 앞에서 '왜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냐'고 외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는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동료 의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는데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동참해줘서 고맙다"는 거죠. 실제로 여당 의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헌재 앞 릴레이시위와 선수별 기자회견의 이번 주 순번, 모두 짜인 상태인데요. 조 의원, "아버지 이재명이 시키면 그냥 따라야 해서 행동하는 민주당보다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국민의힘의 행동이 더 의미 있다"며 자부심도 드러내더라고요.

하지만 당 일각에선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나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지적하더라고요. "지도부가 중도층 포섭이라는 미명 아래 따뜻한 곳에서 관망만 한다"고요. "중도층에게 탄핵의 부당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아스팔트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장외투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5선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은 지도부와 의원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투쟁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도부와 투쟁하는 분들의 생각이 다르지만 민주당보다 훨씬 더 처절한 심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도 의원들의 원성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채널A '국회의사담 앵커스'에 나와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요. "저도 지도부 일원이 아니고 평의원이었다면 그분들하고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요. "좌측에 쏠린 의견도 있고 우측에 쏠린 의견도 있는데, 이걸 통합해서 우리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지도부의 역할"이라면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그것을 이루어내면 모든 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민주 보좌진 "행진, 무슨 소용?" 

 사진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어제(24일) 오후 국회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그렇다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부럽게 바라보는 민주당 사정은 어떨까요. '장외투쟁'을 모두 환영할까요. "전 의원이 도보 행진에 나가 다른 업무를 못 해 다양한 공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전 의원은 오늘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보좌진이 직원 인증 커뮤니티('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린 글을 소개했는데요. "하하호호 웃으면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의원들만 가든가 보좌진들 사진 찍으라고 닦달하면서 데려가는 게 과연 무슨 절박함을 보여준다는 걸까. 자기 힘들다고 행진 빠지고 차 타고 중간에 합류하거나 중간에 몰래 빠져나가는 의원들은 국민 보기에 쪽팔리지도 않나"(지난 17일)라고 적은 겁니다.

장외 극한 대결이 극한 정치 부추겨

대통령 탄핵 심판 정국에서 여야가 장외 극한 대결을 벌이며 극한의 정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광장 정치 자체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여야 모두에서 제기되는데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여야 정치인들은 광장이 아닌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했는데요. "헌법재판소를 거세게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모습"이라며 "입법부가 사법부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3권분립에 반한다"는 거죠. 민주당 일각에서도 마찬가지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회의원은 원내에서 투쟁해야 한다. 상임위를 풀가동해 윤석열 정권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양 진영의 분노가 광장에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그럴수록 여야 의원들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 원칙을 되새기고 광장 에너지를 국회로 돌릴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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