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순직군경 가족 초청 어린이날 행사. 이날 참석한 유이현 군(5)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뇌성마비를 앓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 군은 2020년 2월 한강에서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교각의 돌 틈에 몸이 끼어 순직한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의 고(故) 유재국 경위(당시 39)의 아들입니다.
◆뇌성마비 아들이 그리워하는 아버지

유 군은 당시 유 경위의 아내인 이꽃님 씨(38)의 배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 경위가 순직했다는 소식에 이 씨는 충격을 받았고 임신 7개월(25주차)에 유 군이 태어났습니다.
강직성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산 지 5년. 유 군에게 아버지는 기억도 없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그리운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이날 직접 그렸다며 기자에게 보인 그림은 무지개.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린 그림입니다.
유 경위는 2023년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을 만큼 아내 이 씨에게는 자랑스러운 남편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은 남편 생각이 더 나는 시기입니다. 이 씨는 "아이에게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남편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늘에서 유 경위가 내려다보며 어떤 말을 할 것인지를 묻자 "남편에게 항상 챙김을 많이 받는 아내였는데 이렇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고생 많이 했다고 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남편이 생각날 때 참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나눠"

국가보훈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순직군경 9명의 자녀 14명을 포함한 가족들이 참석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또 다른 자녀는 2018년 8월 구조 활동 중 한강 급류에 휩쓸려 숨진 김포소방서 소속 고(故) 심문규 소방장(당시 38)의 쌍둥이 자녀 심지호, 심지안 군(8)입니다.
두 형제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태어난 지 1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됐습니다. 아버지의 기억은 많이 없지만 두 형제는 "아버지가 소방관이었다는 사실과 소방관이 멋진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 소방장의 아내 조샛별 씨(35)는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이 아빠를 찾는다며 그럴 때면 참지 않고 함께 슬픔을 나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아빠가 훌륭한 일을 하다가 하늘나라에 가셨고 엄마도 슬프지만 너희도 슬플 것이라며 함께 이야기 하고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아이들이 아빠가 좋아한 과자를 찾고 아빠처럼 운동을 좋아하고 걸음걸이도 비슷한 것을 볼 때 놀란다"며 "특히 아이가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소방관'이라고 적은 것을 봤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 생각에 당장은 말리고 싶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방관의 꿈을 접지 않는다면 말리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시민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순직의무군경은 현재 기준 1만6419명입니다. 보훈부는 순직군경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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