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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배신” “김병기의 난”…與 ‘투톱 갈등’ 촉발한 강성 지지층? [런치정치]

2025-09-14 12:00 정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출처 : 뉴시스)
"당원들이 개돼지로 보입니까! 내란당이랑 손 잡으려고 하다니요!"(지난 12일, 민주당사 찾은 당원)

최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근처엔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화환이 늘어서 있습니다. 지난 10일 민주당이 수사 기간 늘리지 않는 특검법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가 다음날 번복하고 민주당 원안대로 통과시켰지만, 강성 지지층의 화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탓입니다.

이번주 김 원내대표가 특검법 합의를 발표하고, 정 대표가 "지도부 뜻과 많이 다르다"고 선 그으며 당 투톱이 충돌했죠. 김 원내대표는 11일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며 발끈했습니다. 또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해라"라고 말하며 갈등은 극에 달했는데요. 원내지도부 측은 "정 대표가 합의 전 동의를 해놓고 마치 김 원내대표가 독단 처리한 것처럼 만든 데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가 "협상이 매끄럽지 못했다. 내 부덕의 소치 때문"이라고 하며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계속되는 모양새죠.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주변에 '정청래-김병기 사퇴'를 촉구하는 화환이 늘어서 있다.(촬영 : 조민기 기자)
野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

당 안팎에선 이번 '투톱 갈등'의 원인을 강성 지지층 여론에서 찾고 있습니다.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 반발 때문에 급하게 노선 바꾸다 생긴 사고라는 거죠. 여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는데요. "김병기의 난이다. 당 대표를 패싱하고 독단으로 처리한 거면 문제가 크다", "정청래도 알았으면 배신한 거고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다" 등의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과 합의한 '진짜 몸통' 누구냐, 색출에 한창인 겁니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까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이 (특검법 합의) 시킨 것 같다. 이런 여론이 있더라"며 "비난이 엄청 쏟아지고 있다. 저는 몰랐다"고 했는데요. 강성 지지층 비난이 대통령까지 향한 겁니다.

강성 지지층 반발에 민주당이 특검법 합의를 하루만에 뒤집자 장동혁 대표는 그제(12일)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여권 내부 갈등의 틈새를 파고들어 공격에 나선 거죠. 대통령까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여권 강성 지지층의 위력, 어디까지일까요.

강성 지지층 반발에 윤리특위 합의도 '번복'

강성 지지층이 당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의를 거쳐 지난 7월 말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6명씩 참여하는 '윤리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했죠.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 중심으로 윤리특위 야당 몫에 진보 성향 비교섭단체도 포함돼야 한다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범여권이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거죠. 이에 정 대표는 취임 이틀 만에 곧바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6 대 6인지 몰랐다"며 기존 합의를 번복했습니다. 결국 기존 의결이 엎어지면서 아직까지 여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격은 당과 다른 생각을 밝힌 의원에게도 쏟아집니다. 판사 출신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집중 포화를 맞았죠. "본인집이 민주당인지 법원인지 모르는가" "판사 시절로 돌아가라"며 맹비난이 뒤따랐는데요. 결국 박 의원,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심지어 박희승 의원을 비판했던 '친명 강성' 의원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사 앞을 지나다가 강성 당원들로부터 한소리 들었는데요. "최민희도 사퇴하라! '수박' 최민희!"라고요.

"野 입장 조금만 수용해도 돌팔매" 한숨 

당내에선 강성 지지층 압박이 더 거칠어지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지층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인사) 색출에만 혈안이 된다면 의원들의 의정활동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요. 지지층 눈치만 살피게 돼 소신 있게 정책이나 입법 추진에 나서기 어려워지고 있단 겁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분위기에서는 야당 입장을 조금만 수용해도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며 "당분간 여야 협치는 요원해보인다"고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은 이번 사태를 보며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민주당은 이제 당원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다"면서도 "때로 당원의 뜻과 다르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택을 할 경우에는 용기있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요. 강성 지지층 입김이 당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투톱의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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