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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 박준태·‘복심’ 정희용…장동혁의 사람들 [런치정치]

2025-09-21 12:00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주요당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정희용 사무총장, 장 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서천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명구 조직부총장.(출처 : 뉴시스)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1.5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 유일하게 온 현역 국회의원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세는 '김문수 당 대표'였던데다가, 대선 패배 직후 당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진 시기라 현역 의원 대부분은 전당대회에 무관심했던 때였습니다.

예정된 출마 선언 시간에 도착해 먼 발치에서 장 의원의 출사표만 듣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간 사람, 바로 초선 박준태 의원(44세·비례대표)입니다. '특정 후보의 출마 선언식에 오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엔 "더 많은 현역이 와서 후보들에게 기운을 복돋아줘야 한다"는 말만 남기고요. 박 의원은 장동혁 대표가 당선 다음날 곧장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죠.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단 뜻으로 읽힙니다.

인사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제 뒤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당원만이 있다"며 '줄 서는 정치' 하지 않았다고 공언한 장 대표. 실제 개인기로 당대표 경선을 돌파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빚이 없기 때문에 갚을 일도 없겠죠. 당선 뒤 주요 인선마다 줄곧 '능력 위주', 즉 "일할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해온 이유기도 합니다.

'장동혁 체제'가 출범한지 4주차에 접어듭니다. 평가하긴 이르지만, 주요 인선을 보면 앞으로 장 대표가 그리는 당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지명직 최고위원, 그리고 여의도연구원장 등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리도 있지만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비서실장 등 굵직한 인선은 마무리가 됐습니다. 국민의힘에 이제 친윤도 친한도 아닌 '친장계'가 생기는 걸까요. 주요 당직 인선을 중심으로 장 대표를 돕고 지지하는 '장동혁의 사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박준태, '李·張 단독 회동' 막후 조율

 장동혁 대표와 박준태 비서실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장 대표 측근으로 가장 먼저 박준태 비서실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지근거리에서 당 대표를 보좌하면서 모든 걸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겠죠.

장 대표와 박 비서실장의 인연은 추경호 원내대표 시절 각각 원내수석대변인과 원내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도 함께 활동했는데, 보좌관 출신인 박 비서실장이 율사 출신 못지 않은 법률적 지식에 기반한 공격력을 발휘해 장 대표가 호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당시 김문수 대선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종합상황실장과 전략기획단장으로 함께 하며 신뢰가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는 평소 박 비서실장을 '원내에서 가장 일 잘하는 국회의원 중 한 명'으로 꼽는다고 합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추진할 때도 박 비서실장에게 전권을 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만큼 믿는다는 거겠죠.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영수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박 비서실장. 당초 '영수회담'에 뜨뜻미지근했던 대통령실을 상대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뒤 단독 회동' 방식을 먼저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장심정심' 정희용 사무총장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권성동 의원 구속 관련 차담회 참석 후 정희용 사무총장(오른쪽)과 이야기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다음은 정희용 사무총장(48세·경북 고령·성주·칠곡)입니다. 장 대표가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는 바로 '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가'입니다. 당 인사와 재정, 그리고 선거를 총괄하는 게 바로 사무총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당내 관심이 집중된 인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 국민의힘 의원은 "1.5선 당 대표가 무게감을 갖기 위해 중진 의원을 시켜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구 친윤 핵심 인사를 인선해서 구주류와 접점을 늘려 장 대표가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재선인 정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낙점했습니다. 선수나 계파보다는 본인이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실행력'을 우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의원은 "정 사무총장이 윤재옥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이어 연달아 추경호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한 이유가 있다"며 "보좌관 출신으로 리더의 의중을 잘 읽고 일처리가 꼼꼼하다"고 했습니다.

정 사무총장은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아 공석인 당협위원장을 일 할 사람 위주로 채우고 지방 조직을 정비하는 일을 맡습니다.

'삼고초려'로 모신 김도읍 

 장동혁 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출처 : 뉴시스)

김도읍 정책위의장(61세·부산 강서) 인선도 장동혁 지도부를 말하는 데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그야말로 선거 판을 뒤흔들어 당선된 장 대표. 선거 때와 당 대표가 된 이후는 당연히 달라야 했죠. 어떻게 달라질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인선이 바로 김 의장으로 평가됩니다.

장 대표가 계파색이 옅고 중도 성향의 합리적인 김 의장을 인선했다는 건 그 자체로 메시지였습니다. 인선 직후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장동혁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장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먹기 편한 초밥을 만드는 것보다 좀 큰 주먹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인선을 해나가겠다"는 인선 원칙을 밝히며, "김 의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조국 저격수'"라고 엄호했습니다.

4선 중진에, 이미 2021년 이준석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김 의장이 장동혁 지도부에서 다시 한 번 정책위의장을 맡은 걸 당내에선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한 의원은 "김 의장이 큰 결단을 내려준 것"이라고, 또 다른 의원도 "희생하고 당을 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 대표도 김 의장의 선택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삼고초려한 것으로 전해지죠. "죽어가는 당을 살리게 한 번만 도와달라"는 장 대표의 진심이 김 의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 의장은 인선 직후 주변에 "장 대표가 워낙 단호하게 말해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를 불쏘시개로 써라"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의장은 최근 일각에서 '장동혁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에 패배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에 대해 "장 대표는 2년 임기를 반드시 채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하죠. '지도부 흔들고 붕괴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란 고질적인 악순환을 반복해선 당의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행동대장' 강명구·'초선 맏형' 서천호

정희용 사무총장과 함께 지방선거를 치를 조직부총장과 전략기획 부총장으로는 각각 초선 강명구 의원(48세·경북 구미을)과 초선 서천호 의원(64세·경남 사천·남해·하동)이 발탁됐습니다.

보좌관 출신의 강 부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부속실 선임행정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구 친윤 인사로 분류됩니다. 추경호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를 맡아 당시 한동훈 대표 최측근이었던 장동혁 수석최고위원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가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의원은 "강 부총장은 일을 맡겨놓으면 당내에서 어떤 반발이 있더라도 추진해내는 힘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가 박준태 비서실장, 정희용 사무총장, 강명구 조직부총장까지 '40대 보좌관 출신 의원'을 대거 기용한 건 '일하는 사람 위주의 실용 인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입니다.

경찰 출신인 서 의원도 장 대표와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집니다. 초선 가운데 1961년생 '맏형'으로, 영남권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5선 나경원 의원(61세·서울 동작을)은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장동혁 지도부 출범 직후 5선 중진임에도 국회 법사위 간사를 맡기로 해 '일하는 국민의힘'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지역 전략 수립과 조직 관리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대비를 위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엔 3선 정점식 의원(60세·경남 통영·고성)이 선임됐습니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강조했던 "일하지 않는 자, 뱃지를 떼라"는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평가 기준을 짭니다. 당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지방선거 공관위원장, 법률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원내에서 의원들과 관계 또한 원만해 적임자로 평가됩니다.

'사시 동기' 박성훈…'김문수 사람들' 품은 장동혁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부산을 찾았을 때 동행한 박성훈 수석대변인(왼쪽). 오른쪽은 박형준 부산시장.(출처 : 뉴시스)

당 대표의 '입' 수석대변인은 초선 박성훈(54세·부산 북을)·최보윤(47세·비례대표) 의원이 맡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장 대표와 사법연수원 33기 동기입니다.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하고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일한 정통관료 출신입니다. 해양수산부 차관도 지냈죠. 송언석 지도부에서 원내대변인과 당 수석 대변인으로 활약하다가 장동혁 대표 당선 후 당 수석 대변인으로 다시 발탁됐습니다. 당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성향에, 언론과의 스킨십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여성 장애인이자 변호사 출신의 최 의원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온화한 이미지와 달리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거침 없는 소신 발언을 하는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변인단 인선에서는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김문수 전 장관 측 인사들을 기용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효은·손범규·이충형·조용술 대변인 4명 가운데 김 대변인을 제외한 3명은 대선과 전당대회 때 김문수 캠프에 직접 몸담았거나 김 전 장관을 측면 지원한 이들입니다. 다만 대선 당시 장 대표도 김문수 캠프 상활실장으로 선거를 지휘했기 때문에 이들은 장 대표와도 함께 일한 사이인 셈입니다.

방송 출연을 주로 하는 '미디어 대변인'으로는 김기흥·손수조·박민영·이재능·이준우 미디어대변인이 발탁됐습니다. 이 중 이재능 미디어대변인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를 수행하며 함께 선거를 치렀고, 박민영·이준우 미디어대변인은 장 대표를 물밑 지원했습니다. 특히 박 미디어대변인은 '왜 지금 장동혁 당 대표여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띄운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손 미디어대변인은 김 전 장관 측으로 분류됐습니다.

장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대변인단 인선까지 시일이 꽤 걸렸는데, 그만큼 신중하게 당의 입장을 전할 '스피커'를 엄선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당내 풀이란 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계파를 구분하지 않고 일할 사람을 뽑은 차원 아니겠나"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지도부의 인선은 '일하는 사람 중심', 그리고 '친장계의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겠다"고 한만큼, 특정 계파나 지역을 일부러 끼워넣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메시지와 방식으로 대여 투쟁을 이끌고, 대안 정당으로서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 '장동혁의 사람들'의 숙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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