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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가처분에 현수막 문구만 바꿔…대법원 “처벌해야”

2025-11-24 07:37 사회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시스)

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현수막 게시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문구를 바꿔 현수막을 다시 게시했다면 별개 범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1‧2심 재판부는 문구만 바꿔 단 경우 앞선 게시 행위와 동일 범죄로 봐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뒤집은 겁니다.

오늘(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김모 씨에 대한 상소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 씨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씨가 게시한 현수막에는 '언론을 매수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등 허위 사실을 담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쟁점은 김 씨가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문구를 바꿔 다시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를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포괄일죄는 범행이 수차례 있었어도 범죄 의도가 단일하고 시간·장소가 연관성이 있으며, 범행 방법에도 동일성이 인정되면 하나의 죄로 판단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 씨는 앞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하이트진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2심 재판 중 해당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선행 사건 진행 중 '김 씨가 사옥 앞에서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을 냈습니다.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김 씨는 하이트진로에 위반 행위 1일당 50만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김 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문구를 바꿔 다시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1심과 2심은 범행에 시간 간격이 있긴 하지만 허위 사실을 적시한 현수막을 게시하는 방법의 범행이 계속됐다고 보고, 이는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행 사건과 기소된 사건 사이에 범죄 의도의 갱신이 이뤄졌다고 보고 포괄일죄가 아닌 별도의 범행으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피고인이 선행 현수막을 수거함으로써 피고인의 범행이 일시나마 중단되었고, 피고인은 위 가처분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행 현수막의 표현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이 사건 각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선행 사건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사이에는 범의의 갱신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행 사건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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