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 :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이 6·3 지방선거에서 생환한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 중진 의원이 한 말입니다.
이 의원은 "의원들 마음은 전부 '차기 총선 공천권을 누가 줄 것인가', 즉 다음 당권에 있다"며 "누가 대권주자일지는 관심 밖"이라고 했습니다. 오 시장과 한 의원 모두 당장 다음 당권 주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과 밥 한 번 먹거나 모임을 가질 순 있지만 굳이 줄을 대거나 양다리를 걸칠 일은 없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속내가 복잡합니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장동혁 대표 얼굴로는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마땅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서울시장 임기 4년을 채워야 하는 오 시장은 당분간 당과는 큰 상관이 없는 인물이고, 한 의원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거부감도 아직까진 만만치 않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보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장동혁·한동훈·오세훈. 그러나 세 사람 모두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리는 무엇이고, 이들은 어떻게 의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요.
장동혁을 보는 이중적 마음…"대안 없지만 리더십도 없어"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뉴스1)먼저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장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마음은 이중적입니다. '장동혁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리더십이 부족하다' 두 마디로 요약됩니다.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한 달여 간 장 대표 거취에 대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온 정점식 원내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들은 '당분간은 이대로 가자'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현안이 많은 상황이라 당내 갈등을 계속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겁니다.
당내에선 장 대표를 끌어내리고 당장 전당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장 대표가 나온다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게 중론입니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 선출은 '7 대 3', 즉 당심(당원 70%)과 민심(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집니다. 당 비공개 내부 여론조사에서도 당 지지층의 장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논쟁은 '잔여 임기' 논란이 정리되는 내년 2월 재점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으로 남는 내년 2월부터는, 새로 뽑히는 당 대표가 장 대표의 잔여 임기가 아닌 2년 임기를 보장 받습니다.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힘 있는 당 대표'가 되는 겁니다.
물론 그 전에도 사퇴론은 이해관계에 따라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친한(한동훈)계,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인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 그리고 차기 비대위원장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이 거론됩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 5명을 직접 임명하는 등 생각보다 권한이 막강하다"며 "또 본인과 가까운 사람을 당 대표에 앉히도록 규정을 손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비대위원장직을 장기간 유지하며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왜 혼자만 하나" vs "혼자 굶고 안 자고, 죽는 것 빼고 다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지방선거 이후 한 달 넘게 개표소 봉쇄 시민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현장을 찾아 손팻말을 제작하고 있다. (출처 : 뉴스1)장 대표의 불통, 리더십 부족 문제는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무슨 말을 하면 앞에서 '알았다'고만 하고, 전혀 받아들이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장 대표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려고 당 대표실에 가기도 했는데, 취임 후 얼마 안 돼서부터 늘 심기가 안 좋으니 무슨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며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가 쓴 소리 하는 사람에게 자꾸 서운해하니 누가 굳이 말을 하겠나"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내가 옳다', '고립됐다', '억울하다'는 마음이 강해져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같은 극단적 오류에 빠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의 올림픽공원 집회 참석도 의원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당 대표가 당론으로 정한 선거 소청을 무시하고 왜 재선거를 외치나"(재선 의원)부터 "올림픽공원에 갈 게 아니라 특검 추진 등 당 대표로서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초선 의원), "혼자서만 하는 게 어떻게 리더인가. 리더라면 110명 의원을 다 같이 움직이게 해야 했다(나경원 의원, 지난 7일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는 말까지 다양합니다.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부터 선관위 이슈를 주도하고, 여론의 호응도 일정 부분 얻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장 대표는 참정권 문제가 2030세대가 분노하는 '불공정' 이슈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드시 끌고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합니다. 장 대표 측은 "함께 싸우자고 해도 의원들이 뒷짐만 지는 상황에서 혼자 '몸빵'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통 문제에 대해서도 "절윤(윤석열), 징계 문제에서 타협하라는 건, 장동혁의 정체성을 버리고 그대로 죽으라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장 대표의 장외 규탄 집회와 24시간 필리버스터, 단식 등을 두고서도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동훈 제명에 대한 비판을 '입틀막'하기 위해 생뚱맞게 단식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지만, "전당대회 공약인 '내부 총질자 정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징계한 것"(당권파)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한 영남권 의원은 "혼자 굶고 안 자고, 죽는 것 빼고 다 했다"고 했습니다.
중진들의 한동훈 스킨십…친한계 흡수 포섭?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첫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출처 : 뉴스1)의원들 사이에선 한 의원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먼저 모두가 패배할 거라고 예상했던 부산 북구갑 재보궐 선거 3자 구도(하정우 더불어민주당-박민식 국민의힘-한동훈 무소속)에서 살아돌아온 건 인정해줘야한다는 분위기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대중적이고 흡입력이 있으며 스타성까지 갖춘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중진 의원들과 스킨십도 늘리고 있습니다. 5선 김기현 의원, 4선 윤재옥 의원이 각각 이끄는 미래혁신, 외교안보포럼에 한 의원이 가입했습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에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의원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 1호 법안에도 친한계와 대안과미래 소속 외에 당내 중진들이 다수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기현·윤상현·김도읍·김태호·박대출·유의동·윤재옥·이헌승·한기호 의원이 참여했습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의원이 당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친윤 의원들과 관계 재설정이 최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엔 중진 의원들이 친한계 세력을 흡수하려는 포섭이 깔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한 의원 복당이 당장 쉽지 않기 때문에, 차기 전당대회나 비대위원장 선출 때 친한계 의원 표를 가져가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했습니다.
"'계엄 당일 행적' 안철수와 설전은 마이너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참정권 피해사태와 선거제도 개혁 국회 토론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 뉴시스)다만 한 의원이 최근 계엄 당일 행적을 두고 안철수 의원과 설전을 벌인 건 당내 의원들 마음을 얻는데는 분명한 마이너스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안 의원이 지난 8일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 사건 재판에서 "계엄 당시 당사로 먼저 모이라고 한 건 한동훈 (당시) 대표"라며 추 시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자, 한 의원은 "왜곡"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한 의원은 "사건 발생 초기 국회가 봉쇄됐을 때 '임시'로 최고위원회 소집 장소를 국회 본청에서 당사로 딱 한 번 공지한 것이고, 이후에는 계속해서 본청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냈다"는 입장입니다.
당의 한 인사는 "'나는 의원들을 본청으로 이끌어서 계엄 해제를 주도했다'는 한 의원 말에는 '그렇다면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것이냐'는 물음이 따른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 의원이 추 시장 재판에 나가서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추 시장의 당사로 의원총회 소집 장소 변경은 표결 방해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해줬어야 한다는 게 당내 정서"라고 했습니다.
영남권 한 의원은 "안 의원과 설전을 보고 드는 감정이 딱 '사람 안 변한다'는 것"이라며 "이 사람이 당에 들어오면 계속해서 분란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다른 친한계 인사는 "한 의원에게 '계엄을 막았다'는 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라며 "당내 정서를 감안한다고 당시 상황을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오세훈 대세론 속 관망세…"친오계도 적도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 뉴스1)의원들은 오 시장에 대해선 서울시장 5선 연임으로 유력한 보수 주자로 보고 있지만 일단은 지켜보자는 '관망세' 분위기입니다. 장 대표나 한 의원에 비해서 당내 비토 정서는 적고 중도 확장력은 더 있다고 보지만, 대권은 아직 먼 일이기 때문에 언급하긴 이르다는 겁니다.
오 시장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때 힘을 보태준 국회 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성평등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했습니다. 지난 9일엔 안철수 의원과 오찬에 이어 같은 날 정점식 원내대표와 만찬을 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도 식사를 함께할 예정입니다.
오 시장과 정 원내대표의 만찬 자리에 동석한 의원은 "당의 발전에 대해 덕담하고 호흡을 맞추는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오세훈-정점식 두 사람이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지금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당무에 직접 개입할 수가 없다"며 "오 시장이 원내에 자기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정 원내대표에게 궁금한 게 많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내에서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로는 재선 권영진·배현진·엄태영·이성권, 초선 김재섭·조은희 의원이 거론됩니다. 대부분 대안과 미래 소속입니다.
명태균 사건 1심 선고가 '분수령' 전망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뉴스1)오는 22일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 선고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오 시장이 시장직 박탈형(정치자금 부정수수죄상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을 받을 경우 대법원 선고 때까지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서울 시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보수 차기 주자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겁니다. 확정 때는 서울시장 선거 재선거가 치러집니다. 오 시장 측도 선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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