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 속 잠수 작업이 생소했던, 숨진 학생의 허리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12kg의 무거운 납 벨트가 묶여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현장실습 현장에서 왜 또 다시 고된 노동과 안전불감증의 비극이 발생했는지, 제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여수시 웅천동의 요트 선착장. 여수해양과학고 3학년 홍정운 군은 지난 6일 7m 물속으로 혼자 들어갔습니다.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라는 선주의 지시를 따른 겁니다.
[해경 관계자]
"(처음에는) 수영복만 착용하고 따개비 작업을 했어요. (홍 군이) 잠수 장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대표가 갖다 준 것으로 그렇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물 밖으로 나오려던 홍 군은 12kg 납 벨트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고, 그대로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갔습니다.
사고 직후 홍 군을 구조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던 잠수사를 만났습니다.
최초로 목격한 작업 환경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유제선 / 구조 잠수사]
물 속에서 아이의 상태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있었고요. 다른 장비를 다 벗고 웨이트(납 벨트)를 마지막까지 차고 있었다는 건 전혀 (잠수) 상식이 없었던 것이죠.
너무 무거운 납 벨트도 문제였고, 2인 1조 잠수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유제선 / 구조 잠수사]
구조 당시에 홍정운 군이 입고 있던 옷은 일반 래시가드라고 하죠. 수영복 차림을 하고 12kg이나 하는 웨이트(납 벨트)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죠.
다른 장비도 엉망이었고,
[유제선 / 구조 잠수사]
자기 몸에 맞는 치수가 있고 사이즈가 있는데, 구조 당시 입었던 부력 조끼도 성인 남성이 입기는 조금 작은 사이즈였다.
고3 학생 혼자 하기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유제선 / 구조 잠수사]
2인 1조를 기본으로 해도 7톤 정도 되는 사이즈의 배의 (따개비를) 다 제거한다고 하면 굉장히 힘든 작업이 될 것입니다.
결국 예견된 인재였던 것.
2017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군 사망사건.
이 사건 후 현장실습기업을 선정하는 규정이 강화됐는데, 2년 뒤 실습 업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완화됐습니다.
홍정운 군이 일했던 영세한 요트 업체도 바로 완화된 규정 때문에 실습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잠수 등 위험 작업은 금지돼있었습니다.
[강민정 / 열린민주당 의원]
잠수 같은 걸 한다거나 이런 것 못하게 되어있거든요. (잠수라고 써있네요?) 지금 만들어진 체크 양식이 제도 개선 차원에서 도입이 되긴 했지만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이런 것을 알 수 있죠.
정운 군을 추모하는 집회에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현장음]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였고 잠수 자격증조차 없던 친구였습니다. 그런 친구에게 잠수 작업을 시켜서 결국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
[특성화고 학생]
실습생들을 그냥 70만 원 주고 착취하는 기계가 아니라 똑같은 노동자로 인간으로서 대해주십시오. 교육부는 정신 차리고 당신들이 한 말이라도 지켜주십시오. 안전한 실습환경 만들어주세요.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