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기자 아자, 정치부 김민지 기자와 혼란에 빠진 국민의힘 소식 깊숙히 알아보겠습니다.
Q. 자 끝내 사퇴했네요. 버티는 듯 했는데 못 버틴 겁니까.
사실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분위기가 급변한 건 이틀 전, 지난 11일부터입니다.
지난 주말까지 친윤 주류 측과 김 대표 주변에서는 11일 혁신위 종료와 맞춰 총선 불출마를 해야 한다는 조언, 좀 더 강하게 말하면 압박을 김 대표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11일 인요한 혁신위가 마지막 혁신안을 보고하고 종료되는 시점에도. 김 대표, 뚜렷하게 답하지 않았죠.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그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입니다."
당 주류 핵심 진영에서는 이건 김 대표가 '불출마' 권유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거다, 이렇게 해석됐고요.
김 대표 불출마 이후 선언하려고 했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대표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해서죠.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가 김 대표에겐 마지막 기회" 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김 대표는 장 의원 불출마 이후에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오늘 오후 대표직 사퇴 입장을 냈습니다.
Q. 사실 지난주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와 식사를 했고 그래서 윤심이 김 대표에게 있는 것 아니냐 해석 나왔었거든요.
맞습니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말씀드린대로 지난 주만 해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건 당에 큰 부담이라며 김기현 체제로 '질서 있는 변화' '스텝 바이 스텝' 이야기를 했었죠.
윤석열 대통령도 두 차례나 김기현 대표와 식사했고요.
그러면서 불출마를 압박했다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김 대표가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울산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사퇴했던 울산 남구청장이 출마 의사까지 접자, 당내 주류도 등을 돌렸습니다.
어제부터는 친윤 핵심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미 늦었다. 불출마를 선언해도 더는 신뢰를 잃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김 대표는 오늘 사퇴 입장문에도 불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김기현 측 인사에게도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김기현 대표가 백의종군 뜻을 밝힌 게 맞다"고 전하면서 "김 대표는 오늘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신당 행보를 말렸고, 이상민 전 민주당 의원도 만나 입당도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Q. 김 대표 사퇴 이후를 보죠. 원내대표 대행체제로 가서 비대위원장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토된다고요?
네. 실제로 당 지도부는 비대위원장 검토에 착수했는데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가장 많이 거론됩니다.
지지율도 높고 한 장관처럼 새로운 인물이 당 쇄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인데요.
그렇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얼마나 가능성 있느냐도 궁금하시죠. 그래서 물어봤는데요.
한 장관과도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의원들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한동훈 장관 본인의 결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아직은 충족이 안 됐습니다.
Q.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분위기입니까?
한 장관으로서는 의원들이 총의를 모아 한 마음으로 요청해주는 모양새를 바라는 건데요.
한 장관이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건 맞지만 당내에서는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대위원장 보다는 선대위원장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휩싸이기 보다 국민을 만나고 다니는 게 낫다는 거죠.
한 장관 본인도 아직은 맡을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의 제안에 한 차례 고사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당의 현재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겠죠.
그러다보니 당내에서는 정치 경험이 풍부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Q. 비대위원장과 함께 당의 공천을 책임질 공관위원장 자리도 관심이 많은데요. 이건 누가 합니까?
당 내부에서는 이 인물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요한 /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지난달 30일) ]
"혁신위에 전권 주신다고 공언하셨던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요한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을 가장 반대했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상황이죠.
혁신위가 좌초하면서 당 리더십의 위기가 더해진 만큼 인 위원장을 다시 불러내 혁신의 분위기를 되살리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희생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지도부, 중진, 친윤의 공천 물갈이 바람도 거세질 수 있죠.
총선 4개월을 앞두고 리더십의 무너진 여당이 잘 수습해 쇄신의 길로 갈지 무한한 권력투쟁, 혼란의 길로 갈지 기로에 섰습니다.
Q. 아는기자 김민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