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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미국 진출…한국 DNA 수혈한 미국 필리 조선소 [특파원 토크, 특톡]

2025-07-27 09:00 국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HRjGaaBz_Pk

오늘은 워싱턴DC가 아니라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 한화필리십야드에 나와있는데요.

원래는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던 곳이지만
지난해 한화가 인수한,
조선소 입니다.

근처에는 퇴역한 군함도 보이고요.
선체 부품을 옮길 때 필요한 골리앗 크레인도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양국의 조선 협업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이 조선소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최주현 특파원입니다.


제가 다녀온 한화필리십야드.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수를 마쳤지만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외관상으로 한화오션이 인수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조선소 성격상 보안이 엄격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더라도 출입을 못하고요.

무엇보다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에
한화 로고도 없었거든요.

한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한화가 인수한 노르웨이 업체 아케르의 이름 대신
한화를 세긴 것이 불과 몇일 전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도 주황색 그리고
영어로 한화 이렇게 써 있어서 실감이 났습니다.

▶ '군함 지어달라'는 미국... K-조선, 시험대에 오르다

필리조선소는
필라델피아 네이비 야드라는 곳에 속한 일부입니다.

1870년대부터
미 해군의 조선소로 쓰이면서
한때 선박 건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미국 조선업의 영광이 담긴 곳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하루 4만 명이 일하며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는
세계 최고 조선소 중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당장 필리조선소 도크에서도
한해 1척 혹은 1.5척 수준의 배를 건조하는 정도의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시점과 상황에서
한화의 목표는

배를 잘 만들고
또 배를 만드는 사람들을
잘 육성하는 것은 기본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줘야 합니다.

배를 그만큼 누구보다 빠르고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답은 미국이 처한 입장에 있습니다.

[댄 설리번 /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지난 2월)]
“2023년 중국은
30척의 함선을 추가했는데, 미 해군은 2척을 추가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당신의 장관 임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펠런 / 미 해군성 장관(지난 2월)]
“아시다시피 한화가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습니다.
한화는 조선소를 향상시키고 더 발전시킬 것입니다.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미국 해군의 수장이
미 해군의 부족한 군함을
어떻게 채워놓을 수 있을지 대안을 말하는 자리에서
한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겁니다.


제가 워싱턴DC 정관계
관계자들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는

“실제 미 해군의
우려가 정말 크다”는 겁니다.

군함을 사용하다보면
유지 보수를 위해 다른 군함으로 대체하거나
대체가 어렵다면 최대한 빠르게 고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미 조선업이
그만큼을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코네티컷함의 사례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 인도태평양 지역 잠항 중
정체불명의 충돌을 겪으면서 수리가 필요했는데,

수리 대기 기간만 20개월,
수리를 시작한다고 해도
본 수리 기간만 최소 31개월이 잡혔습니다.

잠수함 고치려고
4년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중국과 미국의 보유 군함 수로만 보면
이미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현재 추세로는
앞으로도 중국이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러다보니
사실 지난해 조선소 인수 과정이 밝혀졌을 때만해도
한화의 의도가 무엇일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양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의 조선 산업 부활과 함께
2050년대까지 대규모 함정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급박한 마음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지난 4월)]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뒤처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척씩 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합니다.“

미국은 중국과
해양 패권을 두고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인데요.

중국 조선업과 경쟁 관계인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
바로 한국과 일본이 주요 협력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본의 조선업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도화된 조선 기술력과
미 해군과의 협력 경험을 갖추고는 있지만

최근 수주 잔량이 과포화 상태인데다
인력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수주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겁니다.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반대로 미국에 조선소까지 세운
한화 입장에서는
미국의 함정 건조와 보수유지 사업, 이른바 MRO 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인 셈이죠.

사실 제가 현장에 갔을 때
골리앗 크레인이 있는 옆 도크에서는
미국 교통부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이 제작중이었는데요.

이 배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타고 훈련을 하고
또 긴급 상황에는 병원선으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군함도 아니고 관공선으로 분류가 되지만
이런 비군함, 그리고 상선을 만드는 속도와 결과물에
미국 정부가 당연히 주목하겠죠.

향후 미 군함 건조를 맡길 때도
신임이 더 생길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한화가 중장기적으로
한해 최대 10척 이상의 배를 만들기 위해
생산 능력 개선에 집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김/한화필리십야드 대표]
”근본적으로 한국 조선업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공정 과정과 전문성을
이곳에 가져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소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화 필리조선소 첫 공개, 직접 가봤더니...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말 약 1억 달러,
우리 돈 1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내부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서
직접 가서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일단 부지가 엄청납니다.

48만 제곱미터.
축구장이 67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이고,

그러다보니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안전모와 고글을 쓰고 허가 받은 취재진만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 기관에서
수주를 받은 선박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함부로 들어갈수도,
또 촬영할 수도 없었는데,

저는 크게 두 곳에 가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골리앗 크레인과 그 밑에 위치한
도크를 둘러볼 수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조선소 인력 교육 장소였습니다.

필리조선소의
수주잔고가 꽤 있습니다.

제가 현장 취재를 한 날,
이 가운데 하나인 해저 암석 설치 선박 1척이
건조를 마치고 운항을 시작해서
도크가 일부 비어 있었습니다.

도크는 쉽게 말해서 배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이곳 도크 규모만 길이 330m에 폭 45m인데,

배를 고정해두고
아래에 물을 채우거나 빼면서
선박 건조를 하고

위에 있는 이 크레인으로 무거운 부품이나
블록 단위로 완성된 선체 일부를 들어올리는 겁니다.

도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는
조선소에 투입될 인력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조선업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인력들의 정밀한 손기술과 경험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철판을 도면에 맞게 자르거나
자른 철판을 조립하고 또 용접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배우면서

한국식 조선업을
일종의 도제식 수업으로
익히고 있었습니다.

이날도 30명 정도가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교육 기간 3년을 마쳐야
선박 건조 작업에 동원될 수 있었습니다.

[저스틴 해리슨 / 조선 교육 실습생]
"대부분은 저처럼 조선업을 처음 접하는 동료들입니다. 저는 이곳에 도면 읽는 방법도 모르고 왔거든요.
교육을 통해 도면을 읽는 방법이나 토치를 사용하는 방법, 용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 트럼프나 K-조선이나 해피엔딩은 아직?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나
우리나라 조선 업체 입장에서나
서로 필요한 것은 확인했지만
해피엔딩은 아직입니다.
미국은 1920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스액트라고 불리는 해상운송법을 제정했습니다.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메이드 인 USA이어야 하고
미국 선적으로 등록된 선박만 운송하도록 규정한 법안입니다.

심지어 선원도 75% 이상 미국인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제한했는데요.

이 법이 100년이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니
결국 조선업 쇠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고
평가하는 분석도 많습니다.

필리조선소는 일단 이 조건은
충족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비싼 건조 비용 역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인건비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하죠.

게다가 미국 내 하도급업체가 줄줄이 도산한 데다
기초 기자재를 우리나라는 물론 멕시코 등지에서
수입하는 형편인데,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이 역시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 조선 기업들의 역할과 편의를
챙겨줘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되고 있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필리조선소에서
군함이 만들어지려면
미국 정부의 면허 발급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과제가 분명히 많은 상황입니다.

▶ 마무리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미국 싱크탱크과 의회 사람들이
한국의 조선업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우리 조선 기업들 입장에서도

트럼프가 2번째 집권을 한 지금 이 시점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설명드린 미국의 조선업 흥망의 역사와 K-조선의 기대감, 재밌으셨나요.
다음 시간에도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밌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

취재 : 최주현 기자
제작 : 김도현 CD
작가 : 박정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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