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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존엄사 앞에서 죽음을 생각하다

2017-11-08 19:58 사회

임종을 앞둔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이 시범 시행되면서 그동안 금지시돼 온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인생의 끝인지, 아니면 삶의 완성인지.

죽음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엄마, 얼른 일어나서 집에 가야지. 기운 차려서 집에 가야지."

영원한 이별을 앞둔 어머니를 부여잡으려던 중년의 아들은 끝내 무너졌습니다.

말기 암 환자 김희정 씨도 마지막일지 모르는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끈질기게 싸워온 암세포를 이제는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김희정 / 43세]
"제가 아무래도 말기 암 환자이다 보니까, (연명치료 때문에) 쫓기듯이 가는 게 싫었어요. 고인에 대한 존중함을 취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많아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연명 치료를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해 건양대 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80% 안팎이 4가지 연명 치료를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환자 스스로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연명 의료 결정법'은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이윤성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원장]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는 분들에게 품위를 갖추고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해주자는 거죠."

[현장음]
"죽음 시기만 늦추는 의미 없는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겠다. 임종 시기에 이걸 쓸 수 있는 거예요"

평생 직업군인으로 살던 75살 전상철 할아버지 자택으로 상담사가 직접 방문했습니다.

연명 치료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에, 할아버지는 곧바로 의향서에 서명합니다.

패혈증으로 뇌사 판정까지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10년 전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전상철 / 75세]
"아팠던 거 생각하니 그렇더라고요. 생명만 유지하고 살아날 가망도 없는데 가족들도 힘들고 본인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힘든 거 아녜요"

'존엄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과중한 치료비 부담 때문에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연명 치료 중단을 무조건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한 보험 회사가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려고, 말기 암 환자에게 치료 포기를 강요한 적도 있습니다.

[문재영 /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자기 생명권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이 법과 움직여야 좀 더 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까….”

(서울 영등포구)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마지막을 체험해보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영정 사진을 찍고, 수의도 제 손으로 입어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갈 관 옆에 앉아 가족들을 떠올립니다.

[현장음]
"내가 그토록 미워한 엄마, 아빠. 신랑에게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현장음]
"저 먼저 가게 돼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용숙이한테는 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잘해주지도 못해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막상 관속으로 들어가자, 모두 침묵에 빠집니다.

관 뚜껑이 덮이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윤정순 / 장례 체험 참가자]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정말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많이 느꼈고 시한폭탄을 안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좀 더 즐겁게, 행복하게 바꿔서 살아보려고요.

존엄할 수도, 두려울 수도 있는 죽음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인생의 마지막 과정이기도 합니다.

[윤영호 / 서울대 의대 교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켜줘서 의미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조용한 곳에서) 고맙다. 사랑한다….”

5년 전부터 암 투병을 해온 40대 주부 박현자 씨.

가족들과 행복했던 추억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남은 삶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세 아들에겐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행복하고 재밌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박현자 / 47세]
“(세 아들을)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죠. 먹을 거 같은 거 못 챙겨줘서 그럴 때 가장 미안해요. 저는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산 거 같아요. 재밌게 잘산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죽음을 떠올리는 건 거북하고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가족과 나눈 행복한 추억이 많을수록 존엄한 죽음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도 커진다고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change@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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