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만 충청권 시민들의 식수원이죠.
대청호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범인은 무분별한 낚시객들입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태영 기자]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입니다.
낚시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평일 낮인데도 이렇게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낚시꾼들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무슨 이유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이른바 '포인트'로 꼽히는 곳입니다.
물가를 따라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파놓은 구덩이엔 담배꽁초가 가득합니다.
한편에선 낚시꾼이 쓰레기를 태우고 있습니다.
쓰레기 소각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낚시꾼]
"쓰레기는 우리가 버리는 게 없어. 낚시꾼은 다 태우고 소각하고 갖고 가고."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물 위에 맥주캔이 떠있고,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까맣게 탄 석쇠도 보입니다.
도로변엔 구멍도 안 뚫고 버린 가스통이 나뒹굽니다.
[현장음]
"가스 새는 소리"
용변을 본 흔적까지 있습니다.
[유관수 / 충북 옥천군]
"안 보이니까 딱 앉으면, 휴지까지 싹 버리고 가잖아."
쓰레기를 버리거나 태우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아 실제 과태료를 무는 경우는 드뭅니다.
[옥천군청 관계자]
"(버리거나 태우는) 사진, 영상 이런 증거물이랑 같이 민원 신고가 들어오면 (부과가 가능합니다)."
버려진 쓰레기는 호수에 흘러들어 썩거나 물 속에 가라앉으면서 수질을 악화시킵니다.
결국 쓰레기를 치우는 건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떠맡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수당을 줘 가며 쓰레기를 치우는데
지난 한해 수거된 양이 8톤이 넘습니다.
수거 비용도 연평균 3억 원에 이릅니다.
[오재석 / 옥천시니어클럽(대청호 쓰레기 수거 담당 기관) 과장]
"(쓰레기 줍는 사업을) 26명으로 시작했는데 수변구역에 쓰레기들이 늘어나다보니까 순차적으로 110명 내외까지 늘었습니다."
[유관수 / 충북 옥천군]
"버리는 사람은 따로 있고 줍는 사람은 따로 있고 이게 안 맞잖아. 아예 안 버리면 주울 일도 없을텐데"
주민들 민원이 빗발치자 옥천군은 낚시 금지라는 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112만 3천 제곱미터를 낚시통제구역으로 설정해 낚시를 금지하고,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박진성 / 옥천군청 환경과]
"내년에 3군데를 지정해서 운영을 해보고요. 이후에 추세에 따라서 (통제구역이)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낚시꾼들 반응은 엇갈립니다.
[낚시꾼]
"(여기) 장사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안 먹네, 먹네 해도 몇사람 가서 밥 먹고 하거든. 그런데 장사(하는) 집에서 가만히 있겠냐고"
[낚시꾼]
"낚시를 못하게 한다 해도 다른 데 가서 낚시를 할 것 같고 무조건 금지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대청호는 대전과 세종 등 충청권 5백만 주민들에게 먹는 물을 공급하는 식수원입니다.
하지만 일부 낚시꾼들의 몰지각한 행동 탓에 환경 오염은 물론 식수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입니다.
live@donga.com
영상취재 : 박영래
영상편집 : 이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