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때문에 걱정하는 건 지난해 포항을 덮쳤던 태풍 힌남노의 악몽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시 하천 범람으로 아파트 지하에서 7명이 숨졌고, 그 중엔 어머니에게 키워줘서 감사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진 중학생 아들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단단히 준비하자는 얘기가 수도 없이 나왔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홍진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시간당 100mm 넘는 폭우에 범람한 냉천 흙탕물이 도로를 모두 집어삼켰습니다.
순식간에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하천물이 들이닥치면서 차를 빼러 갔던 주민 7명이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당시 피해가 컸던 아파트 단지를 다시 가봤습니다.
놀이터는 여전히 공사 중이고 지하 주차장 천장 배관에선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주차장 입구와 출입계단에는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된 물막이판이 설치됐을 뿐입니다.
[차재화/ 냉천 수해 아파트 주민]
"'(포항시에서) 더 이상의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차수막으로 인해서 작년과 같은 침수 피해가 없을 거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냉천 인근 상가들도 피해가 컸습니다.
냉천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겼던 상가 사무실은 더 이상 쓰지 못해 창고가 돼버렸습니다.
곰팡이가 계속 피고 냄새도 가시지 않습니다.
[임정택 / 냉천 수해 주민]
"작년 같은 상황이 생기면 또 엄청난 피해들이 또 생기면 또 다들 재산적인 피해가 안 있겠습니까."
범람했던 냉천 정비 사업은 예산 부족과 행정절차 탓에 지난달 말에야 겨우 시작했습니다.
피해가 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이렇게 마대를 쌓거나 지반을 다지는 응급 복구 작업만 진행됐습니다.
강폭을 넓히는 정비 사업은 2년 더 걸리는데 그동안 장마와 태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합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냉천만 바라봅니다.
[냉천 수해 주민]
"천둥 번개만 치면 깜짝 깜짝 놀라고 그 다음데 뭐 자꾸 밖만 이렇게 밖에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더 불안하죠."
[김상철/ 냉천 수해 주민]
"동네 사는 사람들 다 걱정이 비만 오면 저게 또 넘칠까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수해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주민들의 걱정은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홍진우입니다.
영상취재 : 김덕룡
영상편집 : 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