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며, 갈 곳을 잃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무료급식소나 노숙인 쉼터 같은 빈곤층 지원 시설들인데요.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임대료가 비싸고 혐오 시설로 여겨져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이런 시설의 도움이 필요한 젊은 빈곤층이 늘고 있어서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길거리에 앉아서 배식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무료급식소 이용자]
"오후 4시부터 도시락을 줘요. 그래서 늦게 오면 안 되죠."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현장음]
(어디로 이사 갈지 결정됐어?) 봐야죠. (이 근처예요?) 아직 안 정해졌어요.
무료급식소가 곧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무료급식소 이용자]
"계속 물어보지. 결정됐냐고. (멀리 가실까봐) 헤어질 생각하면 눈물이 나."
골목을 따라 줄을 선 이용객 중엔 젊은 사람들도 보입니다.
안양시 (역세권) 일대에 재개발이 확정되며, 주택과 상가들이 이렇게 모두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이 골목에서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푸드뱅크만 못 나가고 남아있습니다.
[김성찬 / 사회복지사]
"보증금이랑 월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3천만~4천만 원 정도 더 줘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받아주는 건물주가 없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관계자]
"(임대인들은)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깨끗함을 유지하려 하고. 그런 곳(무료급식소)을 어디든지 좋아하진 않을 거예요."
[안양시 상인]
"상인들이 피해요. 약주 드시면 이런 데다가 소변보려고 그런 게 좀 있죠."
당장 이달 안에 퇴거해야 하지만, 상가 네 군데에서 입주를 거절당했습니다.
무료급식소와 함께 운영하는 쉼터에서 생활하던 15명의 노숙인들도 갈 곳을 잃을 처지입니다.
[노숙인 쉼터 이용자]
"길거리에 나앉아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답답하기는 하죠. 하루 이틀 같으면 여관방이나 병원에 있을 수도 있지만…"
정부의 무료급식 지원은 등록된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민간 급식소가 사라지면 복지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2030 빈곤층이 걱정입니다.
[김성찬 / 사회복지사]
"갑작스럽게 사정이 안 좋아지신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 무료급식소는 없습니다. 3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되셨던 거 같아요. 여성분인데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면서 기초지원도 끊기고 밥을 굶고 있다'며 성남에서 여기까지 오셨거든요. (한 끼 먹으려고요?) 네."
구도심 낙후 지역에 주로 자리 잡았던 빈곤층 지원 시설들.
도심 개발과 함께 대책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무료급식소 봉사자]
"여기서 직접 와서 저희 반찬이 모자를 정도로 많이 드셨거든요. 그런데 그걸 눈으로 보지 못하게 되니까 안타까움이 커요."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
제작 : 박희웅, 김인혜
섭외 : 강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