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김포골드라인을 취재했습니다. 채널A 제보창을 통해 전해진 “나도 탈진했던 적이 있다”는 김포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들을 보며, 이 오랜 문제를 너무 늦게 취재한 것 같아 무거운 마음뿐이었습니다. 김포시는 전세 버스를 투입해 버스 배차 간격을 줄이면 열차 승객이 줄어들 거라며 대책을 내놨습니다. 부디 효과가 있길 바라며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배차 간격 엉망…접촉사고까지 ‘다사다난’
관광버스에 ‘70’이란 번호와 노선도를 붙였습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문제가 제기된 후, 지난 1월부터 70번 버스가 신설돼 주요 역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기존 버스 배차 간격은 15분. 승객들은 “출근시간에 버스 한 번 놓치면 지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김포시는 관광버스를 사들여 70번 버스 노선에 투입해, 출근시간대 일부인 오전 6시 45분부터 1시간 동안 5분마다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스를 탈 때 생기는 불편을 줄이면 시민들이 열차 대신 버스를 탈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버스 증차 첫날, 오전 6시 30분부터 출근길 버스정류장을 지켜봤습니다. 확실히 배차 간격이 이전보다 줄었습니다. 기존에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은 변화를 반겼습니다. 하지만 7시 15분쯤 와야 할 버스가 오지 않았더니 5분이 더 지나자 두 대가 한꺼번에 왔습니다. 알고 보니 버스전용차로가 7시부터 운영돼, 그 전에 출발한 버스가 다른 승용차들과 뒤엉켜 교통체증을 겪은 겁니다.
“오늘 첫 날인데, 버스전용차로 시간이 7시부터니까 그 전에는 차들이 정체되고 혼잡하니까 차가 촘촘히 붙어다니는 문제가 있었죠. 버스가 많이 다니려면 버스전용차로 운영시간을 6시반부터로 조정해야 해요. 그래야만 정시성을 지킬 수 있다 보거든요.” -70번 버스 기사 현은존 씨
“평소에 지하철 타다가 그동안 너무 시달려가지고… 오늘부터 70번 버스 증차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 오네요. 오늘 같은 경우를 봐도 버스 기다리다가 지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게 빠르긴 빠를 것 같아요, 힘들지만.” -김포시민 김진영 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70번 버스가 운행 도중 접촉사고를 일으킨 겁니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다행히 다치지 않고 다음 버스에 옮겨 탔습니다. 하지만 사고 버스가 차고지로 돌아가 또 운행을 해야 하는데 사고 처리를 하느라 배차가 지연된 겁니다. 결국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은 지각을 면치 못했습니다.
“20분 기다렸다 타서 지금 좀 많이 늦었습니다.” -김포시민 염성원 씨
같은 시각 지하철에서는…
첫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승객 분산의 효과가 있더라면 의미가 있었을 터.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70번 버스를 이용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버스 증차 소식을 듣고 나선 사람은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밀어 넣고 타야 했고, 사방으로부터 짓눌려야 했습니다. 종점인 김포공항역에서 지켜본 모습도 지난주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호흡곤란 환자는 또 발생했습니다.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들이 한 남성의 손을 잡고 혈액순환을 돕도록 응급처치하고 있었습니다. 남성은 “처음 있는 일이냐”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여성이 열차에서 내리더니 구토를 했습니다. 지켜보던 승객만이 여성의 곁을 지키며 상태를 살폈습니다.
승객수를 살폈더니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승객은 1만9천여 명이었습니다. 전주보다 15명 준 것에 불과했습니다.
“증차, 증차, 증차”…다른 방법은?
현장을 본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를 두 배는 더 늘려야겠다"며 추가 투입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배차 간격을 더 좁히고 증차 버스 투입 시간은 늘릴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더 투입해도 마찬가지죠, 뭐. 임시방편 이거 오래가지 못해요. 사람들이 버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김포시민 허영찬 씨
“버스를 타면 시간이 늦어져요. 버스비 무상으로 지원해준다 해도 안 타요. 시간에 제한이 있는 사람은 절대 버스 안 타죠.” -김포시민 이유순 씨
버스 증차의 승객 분산 효과를 높이려면 버스전용차로를 추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기존 전용차로를 길게 잇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도로 상태에서 전용차로를 연장해도 변화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정체가 가장 심한 구간인 개화역 직전 2km부터 버스전용차로가 끊깁니다. 하지만 이후 신호가 많고, 교차로에서 승용차들의 차선 개입량이 많습니다.
“현 도로 상황에서 그대로 선만 더 그려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겠다는 건 사실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서로 부합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짧은 구간에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건 교통 혼잡을 더 가중시킬 수 있어요. 도로를 재편해야죠. 지금 있는 전용차로 노선까지 바꾸고 연장하면 효과가 있을 거예요.”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도로 재편도 일부 확장 공사를 해야 하는데, 최소 3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도로는 통행량이 워낙 많아, 도로 위로 승객을 분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광역 도시철도망을 확충하는 것만이 궁극적 해결책입니다. GTX-D 노선 신설과 5호선 연장이 검토되고 있지만, 빨라야 7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애초에 김포골드라인을 크게 만들었어야 해….’
당장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도돌이표처럼 드는 생각입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신도시 계획에서 종합적인 교통망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빠르기만 한 지하철 설계는 어떤 불편을 낳는지 보았습니다. 교통편 별 정확한 수요 파악은 앞으로 신도시 계획의 주요 과제가 될 것입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