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9%p 차이 ‘석연치 않은 승리’
2021년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당시 송영길 후보는 35.6%의 득표율을 기록해 2위인 홍영표 후보를 0.59%p ‘간발의 차이’로 이겼거든요. 바로 이 ‘간발의 차이’가 돈봉투를 뿌린 덕분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당시 캠프 좌장은 윤관석 의원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인천시장을 지낼 때 대변인이었고, 대표 취임 이후에는 당 사무총장을 맡았죠. 그 밑에 실무진으로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송영길 보좌관 등이 있었습니다. 강 씨는 당시 수자원공사에 있었기 때문에 캠프 조직총괄본부장 역할을 하면서도 그림자처럼 드러내지 않고 활동했고, 실제 본부장은 이정근 씨가 하고 있었습니다. (이하 직함은 모두 ‘당시 직함’으로 통일하겠습니다.)
우선 돈봉투가 처음 뿌려진 건 2021년 3월 말 상황을 살펴보죠. 수사 결과 강래구 씨가 50만 원씩, 지역본부장 10명에게 모두 1천만 원을 준 것으로 드러납니다. 돈봉투 살포에 앞서 2021년 3월 17일 강 씨는 이정근 본부장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좀 뿌려야될 것 같다. 1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정근 본부장이 이성만 의원에게 돈을 받아와서 ‘1차 돈봉투’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데 4월 들어서도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니까, 더 큰 돈을 뿌리기로 합니다. 4월 24일, 이정근 본부장이 캠프 좌장이었던 윤관석 의원에게 이렇게 보고합니다. "지지율이 자꾸 떨어져요. 전북‧부산 계속 떨어지고요. 경기‧서울‧광주는 1등은 1등인데 너무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따라붙고 있고, 강원‧충남은 아예 3위로 추락했습니다." 그러자 윤 의원의 마음이 급해졌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강래구 씨 재판 과정에서 이런 정황이 드러납니다. 윤관석 의원이 강래구 씨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우리 쪽 상황이 좀 불안정하지 않냐. 들리는 소문으로는 홍영표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내가 박용수하고 상의해 볼 테니 너도 박용수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좀 해줘라." 라고요. 박용수 씨는 송영길 후보의 보좌관으로, 캠프 자금을 관리하던 ‘문고리’였습니다. 이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았을 만큼 최측근이었죠.
▶“상황이 너무 심각합니다”
그래서 박용수 보좌관이 송영길 후보의 친구이자 오랜 스폰서 김모 씨에게 받아온 돈으로, 300만 원짜리 돈봉투 10개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이정근 본부장을 캠프 사무실로 불러서 300만 원짜리 돈봉투 10개를 줍니다. 이정근 본부장은 이걸 ‘검은 봉지’에 담아서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윤관석 의원은 4월 28일, 전국대의원 투표가 시작되는 바로 그날 아침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원들에게 돈을 나눠줬습니다.
상황은 점점 급박해집니다. ‘2차 돈봉투’ 살포 전날인 4월 27일 이정근 본부장이 윤관석 의원에게 다시 보고를 합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요. “4월 23일만 해도 13%p 차이로 1위였는데 사흘 만에 6%p 차로 좁혀들고 있습니다”라고요. 그러면서 “서울, 경기, 대구, 전북은 2위로 떨어졌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승부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윤관석 의원은 4월 28일 강래구 씨와 이정근 본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돈이 더 필요하다고요. 그러자 박용수 보좌관이 추가로 300만 원짜리 돈봉투 10개를 만들고, 강래구 씨와 이정근 씨가 이것을 윤관석 의원에게 주고, 윤 의원이 4월 29일 돈봉투를 추가로 의원회관에서 나눠줬다는 것입니다. ‘2차 돈봉투’입니다.
돈봉투를 직접 전달한 윤관석 의원은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고, 중간에 자금을 조성하는 등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강래구 씨는 징역 1년 8개월형이 확정됐습니다. 이성만, 허종식, 임종성 의원 등도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항소가 진행되고 있고요. 남은 것은 종착지, 송영길 전 대표입니다.
▶“내가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
기억하시겠지만 수면 아래에 있던 이 사건이 물 위로 예상치 못하게 드러난 건 바로 이정근 본부장의 여러 녹취가 공개되면서부터죠.
1차 돈봉투에 들어갈 돈을 만들어 준 이성만 의원과 이정근 본부장의 대화를 보면, “내가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하거든요. 돈 마련한다는 이야기를 송영길 당시 후보 앞에서 했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이성만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화 내용을 ‘허언하듯 과장했다’고 진술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돈봉투에 들어간 돈을 대준 송 전 대표 친구 김 씨의 진술도 근거로 제시합니다. 김 씨는 법정에 출석해서, “박용수 보좌관에게 준 5천만 원은 송영길에게 직접 주려고 했으나 없어서 대신 줬다. 박용수에게 줘야 보고가 돼서”라고 말합니다. 또, 송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되고 캠프 해단식을 하던 날 아침 김 씨와 해장국집에서 밥을 먹거든요. 김 씨 말에 따르면 송 전 대표가 이 자리에서 “하여튼 고맙다”라고 했답니다. 김 씨는 “내가 한 건 5천만 원뿐이라 그것에 대한 감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고요.
이정근 본부장 진술도 송 전 대표에게 불리한 정황입니다. 이정근 본부장은 1차 돈봉투를 조성하기 위해 이성만 의원이 1천만 원을 제공하는 것을 송영길 전 대표가 사전 승인했고, 1차 돈봉투가 뿌려진 다음날쯤, 후보실에서 대면보고를 받았다고도 진술했습니다. 2차 돈봉투가 뿌려질 직전 자신과 윤관석 의원이 캠프 사무실에서 돈봉투를 들고 나오기 전 송영길 전 대표와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합니다. 그 자리에서 윤 의원이 “빨리 가야지, 이것도 돌려야 하니까”라고 분명히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자세히 그려냅니다. 검찰은 이정근 본부장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라고 이야기하죠. (송 전 대표는 당시 대학 동창들이 찾아와서 윤관석 의원, 이정근 본부장을 만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노무현, 윤석열…송영길의 ‘영끌 최후진술’
‘송영길 재판’ 검찰의 마지막 의견진술 내용로 갑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11년 사건을 예로 듭니다. 당시 한나라당 전남도당위원장 선거 때 대의원 1명당 현금 300만 원을 제공한 후보자뿐 아니라 다른 대의원에게 200만 원 또는 10만 원 제공한 대의원도 모두 구속됐는데, 이번 사건은 그보다 금품 규모가 20배 이상으로 죄질이 훨씬 더 불량하다는 것이죠. 확인된 돈만 지역본부장들에게 1400만 원, 지역상황실장들에게 2천만 원, 국회의원 20여 명에게 6천만 원으로 모두 9400만 원에 이르거든요.
그러면서 계산법도 제시합니다. 국회의원 20명에게 돈을 준 것은 민주당 당헌당규를 토대로 계산해봤을 때 대의원 기준으로 1260명, 권리당원 기준으로 6만 1740명의 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0.59%p 차이로 간신히 이긴 결과에, 이 같은 매표 행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윤관석 의원, 강래구 씨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이 범행의 정점’이자 ‘최종 결정권자’인 송영길 전 대표에게 가장 큰 형사책임을 지워야한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죠.
반면 송영길 전 대표 측에서는 1시간 가까이 최후진술을 하면서, 모든 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밑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우선 검찰청법이 바뀌어서 선거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는데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해서 수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검수완박’을 우회해서 자신을 수사했으니, 삼권분립과 입법권 침해이자 위헌 소지가 있는 수사였다며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흔듭니다.
자신이 돈봉투를 알지 못했다고도 거듭 강조하죠. 4월 28일 오전 9시에 대의원 투표가 이미 진행됐는데, 이미 반 이상 지나간 다음날 3차 돈봉투를 뿌려서 매표 행위를 하는 게 상식적이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걸고 넘어집니다.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간신히 이긴 것은 문 전 대통령이 ‘친문’ 홍영표 후보를 지지해 막판에 거세게 추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러자 문 대통령이 “뭐 다 끝난 것 가지고 그러느냐”며 얼버무렸다는 게 송 전 대표 주장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소환하죠. 과거 불법 선거자금이 드러났을 때에도 실무진만 기소하고 노 전 대통령은 입건하지 않았다면서, “의원과 보좌관은 상명하복이 아닌 동지적 관계”라고 주장합니다. 과거에도 정치인의 밑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정치인까지 기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죠. 단순히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관계가 아니니까, 정치인 본인은 몰랐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밖에도 송 전 대표는 자신이 정말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면 이정근 본부장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협박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 겨우 1라운드 끝?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에 나옵니다. 아직 남은 게 있죠.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수사죠. 대부분 현역 의원들인데, 검찰 수사에 잘 협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환에 불응하고 있거든요.
검찰은 이미 6~7차례 소환을 요구한 만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소환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일단 검찰은 여러 진술을 통해 누가 받았는지 특정해놓은 상황입니다. 퀴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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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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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박현아‧허수연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