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2700억원 대 전세사기 주범 '건축왕' 남모 씨 소유의 건물들이 LH 민간 주택 매입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채널A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에 편성된 7조 5천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입 가능 조건은 충족하지 못한 겁니다.
지난해 12월 LH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2년도 인천지역본부 기존주택 매입 공고’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 주택의 경우 4개 조건 △지하철역 출구 직선거리 500m 이내 △세대규모 50호 이상 △일반 주차장 비율 50% 이상 △청년 및 기숙사용 주택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건축왕’ 남 씨 소유 아파트 20곳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모든 건물에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 4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미추홀구 A 아파트의 주차장은 매우 협소했습니다. 이 아파트의 일반 주차장은 다섯 칸이 전부였고, 기계식 주차장은 이보다 많은 18칸이었습니다. LH 매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겁니다.
인근의 B, C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식 주차장에 비해 일반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A, B, C 아파트 모두 일반 주차장이 수용 가능한 차량 대수는 세대 수의 3분의 1 미만이었습니다.
문제는 기계식 주차장뿐만이 아닙니다. 공고문에서는 직선거리 25m 이내에 주유소나 LPG충전소 등 위험물 관리 시설이 있는 주택도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한 아파트는 이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D 아파트의 바로 옆에는 LPG충전소가 영업 중입니다. 충전기가 건물 외벽에 붙어 있을 만큼 바짝 붙어 있습니다. 위험물 관리 시설인 충전소와 주택이 밀착해 있는 모습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한 피해 세입자는 "실효성도 없는 정책 때문에 괜히 피해자들을 향한 여론만 나빠진다"며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기준 미달인 아파트를 어떻게 매입하겠다는 걸까. LH 관계자는 "국토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만 답변했습니다. 국토부는 "특별법 입법과 관련법 개정 과정을 거치며 새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도 "현재까지 구체적인 매입 대상 범위나 새로운 매입 기준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원 장관이 내놓은 LH의 피해 주택 매입 방안은 국회의 관련법 마련이 선행돼야 실현 가능한 정책인 겁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법 규정 예외에 또 기준과 지침 예외까지 적용해야 하는 상황. 한시적 구제지만 형평성 논란과 함께 앞으로 다른 주택 매입에 있어서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