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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 선 ‘주방장 레슬러’…“포기 못해”
2017-06-27 20:04 뉴스A

프로레슬링, 언젠가 우리 곁에서 사라졌지만 그 명맥을 살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돈벌이가 안 됩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일을 동시에 해야하지만 링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의 열정을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력한 드롭킥이 상대의 명치에 그대로 꽂힙니다.

싱겁게 끝날 것 같던 경기.

하지만 상대의 역습은 만만치 않습니다. 데뷔 6년차 프로레슬러 조경호에게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헤드록에 걸린 조경호만큼이나 한국 프로레슬링은 존폐 위기에 빠진지 오래.

변변한 후원사 없이 조립식 가건물에서 경기를 치루고 관중은 서른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조경호가 소속된 단체 WWA와 PLA를 합쳐도 경기는 한 달에 한 번 꼴. 경기 없는 날, 조경호의 또 다른 직업은 일본식 주점 주방장입니다.

[조경호 / 프로레슬링 선수(주방장)]
국내 같은 경우는 시합 수가 많지 않으니까. 벌이가 적어지면서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되게 슬펐는데.

현재 국내에서 프로레슬링 경기에 나서고 있는 레슬러는 약 서른 명.

모두 생계를 위해 통역사, 연극배우, 선박수리공 등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홍동희 / 프로레슬링 선수(통역사)]
지금 당장은 돈이 안되는 건데. 여기 있는 모든 분이 재미있어서 (레슬링을) 하는 것이고… .

프로레슬링은 짜고 치는 쇼라는 인식 때문에 인기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레슬링 경기 뒤엔 엄청난 훈련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숨어 있습니다.

[서병철 / 프로레슬링 선수(연극배우)
분명히 이건 체력이 없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어요.

결국 10여 분간의 혈전에서 조경호는 PLA 최고의 악역 호모 사피엔스를 녹다운 시켰습니다.

조경호는 데뷔 6년 만에 주무기인 스완턴 밤으로 챔피언이 됐습니다.

비록 한 편의 짧은 연극 같았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열성팬들이 있습니다.

[양성욱 / 서울 강서구]
살아 생전은 안되더라도. 제 꿈이 아들이랑 아내랑 같이 레슬링 보는 거.

지난 2000년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반칙왕'.

17년이 지난 이 시대의 '반칙왕'들도 사방 6m 사각링에 더 많이 오를 날을 꿈꾸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철호입니다.

이철호 기자 : irontiger@donga.com
영상취재 : 홍승택 조세권
영상편집 : 조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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