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9살 어린이가 우회전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경기 수원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추모 꽃다발 등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도 실형이 확정된 건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반성'하고 있다거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형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네번 째 음주운전에서 사고를 냈어도 최근 범행이 10년 전이라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피해자가 사망했음에도 유족들과 합의했다며 실형을 살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법원 판결문 인터넷 열람 시스템으로 스쿨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시행일인 2020년 3월 25일부터 어제(30일)까지 스쿨존에서 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사건의 확정 판결문 31건을 전수조사했습니다.

31건 중 징역형 실형이 선고된 건 4건(13%)뿐이었습니다. 25건(80%)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고, 벌금형도 2건 있었습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을 입은 경우에도 집행유예 비율이 높았습니다. 사망 사건 3건 중 2건, 중상 사건 14건 중 11건이 집행유예로 결론 났습니다.

지난해 8월 전남 함평군 스쿨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42% 상태에서 화물차를 몰다 80대 여성을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 운전자도 올해 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유족들과 합의해 이들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1월 혈중알코올농도 0.202%의 만취 상태로 광주 북구 스쿨존에서 6세 여아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는 이전에 세 차례나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었지만 지난해 4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마지막 음주운전에서 10년 넘게 경과해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오늘 서울 강남의 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치여 숨지게 한 40대에게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했습니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사고 후 도주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