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항을 휩쓸고간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겪은 뒤, 다시 맞이하는 이번 여름엔 포항에 있는 포스코 제철소에서 거대한 차수벽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놓고 포항시와 갈등 중입니다.
왜 그런건지,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시간당 110mm의 비가 쏟아졌던 포항 남구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철소 부지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설립 49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올해 장마 시작을 앞두고 제철소를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난 시각.
대형 철문이 신호음을 울리며 천천히 움직이더니, 제철소 입구를 차단합니다.
차수벽을 통과할 수 있는 차수문입니다.
제철소 앞에는 제 키를 훌쩍 뛰어넘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차수벽이 설치돼있습니다.
차수벽은 1.9킬로미터에 걸쳐 포스코 부지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지난해 범람했던 냉천에서 물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한 용도로, 지난달 말 완공됐습니다.
그런데 차수벽이 세워지자 포항시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배수 대책 없이 차수벽만 설치해 다른 저지대의 침수 위험이 커졌다는 겁니다.
[포항시 관계자]
"물이 어느 정도 빠지도록 만들어 놓고 난 다음에 앞에다가 막아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물이 더욱더 범람한다 이거죠."
포스코가 세운 차수벽에서 배수로까지의 거리는 불과 2.5m.
포항시는 포스코가 각종 시설물로 배수로를 막아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포스코 측에 차수벽을 만들기 전 배수 대책부터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포스코 측이 이에 응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꾸렸던 민관합동조사단의 권고에 따라 차수벽을 설치했고, 지난해 12월 포항시에도 신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차수벽까지는 포스코 부지지만, 바로 앞 배수로는 국유지인 만큼 포항시가 관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국가산단이 만들어질 무렵인 1970년대 배수로를 만든 건 포스코라며 관리 책임이 포스코에 있다고 반박합니다.
주민들 반응은 엇갈립니다.
[인근 상인]
"다른 데 피해 안 되게 해야지. (포스코가) 자기들만 살겠다고 하면 안 되죠. 우리는 100% 피해거든요. 저 물이 다 이리로 올 거 아닙니까?"
[인근 주민]
"사기업이 자기 피해 안 입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저는 포항시에서 해야 될 일을 지금 안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거든요."
포항시 전체 재해복구율은 52% 수준.
갑자기 큰 비라도 오면 또다시 침수 피해가 우려됩니다.
[박창근 /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기업이니까 의사 결정이 빠르겠죠. 근데 관에서는 이런 일들이 다소 늦어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충돌하는 부분이잖아요. 상생의 치수 계획을 수립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기업과 지자체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 시민들은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김승규
작가 : 김예솔